'잡코인'과 거리 두는 거래소들…늦은 밤 상폐까지(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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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16 14:47   수정 2021-06-16 14:48

'잡코인'과 거리 두는 거래소들…늦은 밤 상폐까지(종합2보)

'잡코인'과 거리 두는 거래소들…늦은 밤 상폐까지(종합2보)

정부 방침 나온 이후 주요 거래소 절반이 잇따라 상폐·유의종목 지정

"잡코인 솎아내기일 수도…향후 폐지 늘 것"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 관리에 나서기로 한 이후 일정 자격을 갖춘 주요 거래소 중 절반이 이른바 '잡(雜)코인'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거나 거래를 중단하는 식인데, 원화 마켓(시장) 외 나머지 마켓의 문을 아예 닫거나 늦은 밤 기습적으로 상장 폐지(거래지원 종료)를 공지하는 곳도 있다.

16일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 20곳 중 11곳이 정부 차원의 가상화폐 시장 관리 방안이 발표된 지난달 28일 이후 코인 거래 지원 종료(상장 폐지)를 안내하거나 거래 유의 코인을 지정했다.



거래 지원 종료나 유의 종목 지정은 거래소에서 내부 판단에 따라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거래대금 1위 업비트가 자체 최대 규모로 유의 종목을 지정하는 등 5월 28일 이후 거래소들이 '코인 퇴출'을 결정하고 나선 것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쉽게 말해 '불량 코인'을 걸러내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5월 28일 이후 이런 조치에 나선 거래소 가운데 후오비 코리아와 지닥은 각각 '후오비토큰'과 '지닥토큰'처럼 거래소 이름을 딴 코인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후오비토큰은 후오비 코리아가 아닌 후오비 글로벌이 발행한 것으로, 엄밀히 따지면 후오비 코리아의 자체 발행 코인은 아니다. 지닥토큰의 경우 지닥이 발행한 코인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가상자산 사업자(가상화폐 거래소) 등이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닥 관계자는 "특금법에 따라 준비하다 보니 지닥토큰의 상장 폐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에이프로빗은 이달 1일 원화 마켓에서 뱅코르(BNT), 비지엑스(BZRX), 카이버(KNC) 등 총 11개 코인을 한꺼번에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서 열흘 뒤 이들 코인의 거래 지원 종료를 공지했다.



거래소 플라이빗은 원화 마켓만 남겨두고 테더(USDT) 마켓과 비트코인(BTC) 마켓은 지난달 31일자로 닫은 상태다. 특금법과 시행령에 따라 이들 마켓의 거래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라는 게 플라이빗의 설명이다.

거래대금 규모로는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거래소 코인빗은 15일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기습적으로 상장 폐지(8종)와 유의 종목(28종) 지정을 알렸다. 이 거래소 원화 마켓 전체 상장 코인이 70개인데, 한밤중 절반이 넘는 코인 36개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공지한 셈이다.



거래소들은 나름의 잣대를 가지고 상장 폐지를 결정하고 있지만, 막상 상장 폐지된 코인이 다른 거래소에서는 멀쩡하게 거래되기도 한다.

법적 근거가 따로 없기 때문인데, 거래소들은 '내부 기준 미달'과 '투자자 보호' 같은 매우 모호한 설명만으로 일방적으로 코인 거래를 중단시켜 오히려 애먼 투자자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코인을 발행한 재단과 거래소 간 분쟁도 벌어진다.

고머니2(GOM2)의 재단 '애니멀고'는 보도자료를 내고 "거래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격적이고 무리하게 상장시킨 가상화폐를 자신의 생존이라는 명분으로, 정해진 절차 등을 무시하고 상장 폐지를 시킴으로써 개미 투자자에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다"고 업비트를 비판했다. 고머니2는 업비트에서 올해 3월 19일 상장 폐지됐다. 고머니2 측 요청으로 배포한 '5조원 규모 초대형 북미 펀드 셀시우스 네트워크에서 GOM2에 투자' 공시가 허위였다는 게 업비트가 명시한 폐지의 이유였다.

애니멀고는 셀시우스 네트워크에서 작년 4분기부터 6개월간 고머니2를 매수한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업비트의 검토와 허락 아래 해당 사실을 공시했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비트는 "애니멀고가 허위 공시를 한 것이 명백한 사실"이라며 "애니멀고가 투자사라고 공시에 명시한 셀시우스 네트워크가 (투자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업비트에 공식적으로 보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애니멀고는 4월 두나무의 거래 지원 종료가 부당함을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재판부는 애니멀고의 모든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애니멀고는 업비트 운용사인 두나무를 상대로 상장 폐지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코인 퇴출 바람이 멈추지 않고, 당분간 더 많은 코인이 상장 폐지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 사례를 참고하는 등 일부 기준은 비슷하겠지만, 법적 근거가 없으니 거래소 내부 기준만으로 상장 폐지를 결정하고 있다"며 "5월 28일 이후의 상장 폐지는 은행과의 소통 과정에서 잡코인을 솎아내려는 작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비트 사례처럼 한 번에 여러 코인을 폐지하면 시장 충격이 크다는 것을 경험했으니 단계적으로 폐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김치코인 등 잡코인이 국내에 많았던 건 사실"이라며 "사업자 신고할 때 보유 코인 목록도 내야 하기 때문에 신고 전에 코인 상폐가 더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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