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진출 한인 봉제공장, 쿠데타에 주문 '뚝'…휴폐업 위기

입력 2021-06-17 07:00   수정 2021-06-17 08:49

미얀마 진출 한인 봉제공장, 쿠데타에 주문 '뚝'…휴폐업 위기
기존 주문 물량 생산 8월 끝나…"작년 코로나로 주문 줄고, 올해는 쿠데타로 끊겨"
"9월~내년 4·5월 어떻게 버티느냐가 최대 고비…북미·유럽 소비세 회복되길"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쿠데타 발발 5개월째를 향해 다가가는 지금 미얀마에서 봉제 공장을 운영 중인 한인들은 공장 가동 걱정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두 달 뒤인 8월이면 기존 주문 분에 대한 생산이 마무리되는데 새로운 주문이 없으니 걱정이 태산이라는 얘기다.
미얀마 한인 봉제협회 김성환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기자에게 "미얀마 한인 봉제공장들 대부분이 8월까지 생산하고 나면 다음 오더(주문)가 없다"면서 "한국에 본사가 있는 경우는 다르지만, 대부분의 공장은 단순 임가공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주문이 없으면 임시 휴업이든 폐업이든 일단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곤 인근 바고시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한인 A씨 설명도 비슷하다.
A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봉제 임가공업은 시즌별로 주문을 받아 생산한다. 물량이 많은 가을·겨울용 제품의 주문이 작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납기를 맞추지 못해서 올해 주문량이 많이 줄었는데, 이번에는 쿠데타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물량이 일 년의 30% 수준인 봄·여름용 제품의 주문까지 끊겨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이 나라 노동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무노동 무임금'을 관철할 수 있을지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봉제공장이 80여 개, 봉제 연관 산업 사업장이 40여 개가 각각 있다.
이 중 한국에 본사를 둔 공장은 불과 손으로 꼽을 정도이니 대부분의 공장이 임시 휴업 및 폐업에 내몰리는 셈이다.



양곤 흘라잉따야 지역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한인 B씨는 "이번에 미얀마 내 한인 봉제공장에 닥칠 겨울은 매우 길 것 같다.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가을·겨울용 제품 주문이 이뤄지는 건 내년 5월이나 돼야 가능할 텐데 쿠데타로 이마저도 불확실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오는 9월부터 시작해 내년 4·5월까지 계속될 이번 '겨울'이 사상 최대의 고비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외적 요인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기를 염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 사무총장은 "그동안 고비가 여러 번 있었지만 다른 나라 봉제공장들이 다 미얀마를 떠날 때도 유독 한인 봉제공장들은 잘 버텨온 걸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도 힘들지만, 코로나 백신을 맞은 북미와 유럽 시민들의 활동 증가와 보복 소비 등에 힘입어 주문이 미얀마로 몰려들기를 기원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보복 소비'는 질병이나 재난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A씨는 "베트남에 세워지는 대만 전자제품 공장으로 인력이 몰리면서 현지 봉제산업 관련 인력이 모자라 곤란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상황이 미얀마 봉제공장에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솔직한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납기 지연으로 한차례 고통을 겪었던 미얀마 한인 봉제공장이 장기화하는 쿠데타 사태로 인해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기 일보 직전이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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