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략 닮은 페루 후지모리의 선거 불복…유행처럼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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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18 03:55  

트럼프 전략 닮은 페루 후지모리의 선거 불복…유행처럼 번지나

트럼프 전략 닮은 페루 후지모리의 선거 불복…유행처럼 번지나

'대선 3수생' 후지모리, 개표 완료 후에도 사기 선거 주장 고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페루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최근 만평에서 대선 후보 게이코 후지모리(46)를 뿔이 달린 털모자를 쓰고 얼굴에 국기를 그린 모습으로 묘사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당시 이러한 모습으로 상원 연단에 오른 제이컵 앤서니 챈슬리와 후지모리를 합쳐놓은 것이다.

페루 대선에서 페드로 카스티요(51)에 4만여 표 차로 뒤진 우파 후보 후지모리가 개표 완료 후에도 '선거 사기' 주장을 펴며 불복을 이어가자 페루 안팎에서는 그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빗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후지모리가 트럼프 전술책의 한 페이지를 가져온 것 같다"며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러한 후지모리의 접근이 트렌드의 출현을 알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표현했다.

대선 3수생인 후지모리는 지난 6일 대선 결선이 치러진 후 개표 과정에서 카스티요에 역전을 허용하자 곧바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의심스러운 일부 투표소의 20만 표를 무효로 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대부분 카스티요에게 많은 표를 던진 지역 투표소다.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한 투표소에선 자신의 표가 1표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정을 의심하기도 했다.

후지모리는 "당국이 내 (표 무효화) 주장을 받아들이면 결과가 바뀔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불복 시위를 이끌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패한 후 명확한 근거 없이 '대선 사기' 주장을 고수하며 불복 소송을 이어간 바 있다.

'트럼프식' 불복은 최근 이스라엘에서도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실권을 앞두고 자신을 저지하기 위한 새 연립정부 구성을 "역사상 최대의 선거 사기"라고 주장하며 쉽게 물러나지 않을 태세를 보였다.

트럼프와 네타냐후, 후지모리의 공통점은 낙선하면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여러 골치 아픈 소송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네타냐후 전 총리도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 역시 이번 선거를 앞두고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 대통령 면책특권이 절실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사기 주장이나 불복의 '원조'는 아니다.

후지모리만 해도 2016년 대선 때에도 근소한 차이로 패한 후 곧바로 패배를 인정하진 않았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지난 두 차례 대선 패배 후 부정 의혹을 제기했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2018년 대선 당시 자신이 낙선하면 '선거 사기'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페루 정치 분석가인 지오반나 페냐플로르는 WP에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정치의 '중남미화'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다만 그가 더 큰 스케일의 문을 열었다"고 표현했다.

초유의 의사당 유혈사태로 이어진 트럼프의 불복 주장처럼 후지모리의 불복도 페루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페냐플로르는 "미국의 기관들은 트럼프를 견뎌낼 만큼 튼튼했지만, 페루는 그렇지 못하다"며 페루 민주주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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