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 100년] ④ 상하이 '혁명 성지'엔 '순례객들'로 북적

입력 2021-06-20 07:07  

[中공산당 100년] ④ 상하이 '혁명 성지'엔 '순례객들'로 북적
하루 1만명 제한 개인관람객 예약은 이미 1주일치 마감돼
'붉은 물결'로 내부결속·통치 정당화 도모…선전·통제 강화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공산주의를 위해 평생 분투하겠습니다. 영원히 당을 배반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 도심 황피난루(黃陂南路)에 있는 중국 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1차 당대회) 기념관.
관람을 마친 이들이 무리를 지어 낫과 망치가 그려진 붉은 깃발 앞에 서더니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주먹을 들고 벽에 쓰인 공산당 입당 선서를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100년 역사가 시작된 장소이기에 이곳은 중국 공산당에 가장 의의가 큰 '혁명 성지' 중 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1921년 7월 23일. 코민테른의 개입 속에서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을 비롯한 13명의 대표가 당시 프랑스 조계지의 주택에 몰래 모여 창당을 결정하는 1차 당대회를 개최했고, 이를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국 공산당'이라는 이름이 정해졌다.
기념관은 여러 전시물을 통해 1840년 아편전쟁을 계기로 중국이 반식민지의 나락에 빠진 후 태평천국의 난, 신해혁명 등 다양한 노력이 전개됐지만 모두 한계가 있었으며 1921년 중국 공산당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중국의 올바른 혁명의 방향으로 나아가 오늘날에 다다를 수 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기념관은 가슴에 공산당 배지를 단 '순례객'들로 종일 북적였다. 하루 1만명으로 제한되는 개인 관람객 예약은 이미 1주일 치가 모두 마감됐다.
상하이에 사는 공산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중년 남성은 "온 가족을 데리고 와 상하이가 당의 탄생지라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 창당 100주년 분위기 띄우는 중국…비판은 철저 봉쇄
중국은 7월 1일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경축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조성 중이다.
거리에는 오성홍기와 창당 100주년 경축 문구가 새겨진 붉은 현수막이 대거 내걸렸다. 각지 TV 채널은 황금시간대에 공산당 역사를 찬양하는 '홍색 드라마'를 일제히 틀어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 행사를 내부 결속 강화와 통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비약적 경제 발전을 통해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강국으로 부상한 가운데 일반 중국인은 전제주의적인 공산당의 '집중 영도' 통치가 자기 나라의 사정에 맞는 시스템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외부 세계의 인식과는 매우 거리가 먼 것이지만 많은 중국인은 공산당의 강한 힘으로 자국이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제와 사회를 정상화할 수 있었다고 여긴다.
의류 사업을 하는 리(李)씨는 "서방과 비교했을 때 중국은 위기를 효율적으로 빨리 극복하고 나라의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체제상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외부 정보 유입을 차단한 가운데 치밀하게 기획된 중국 당국의 일방적 선전, 반대 목소리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통제와 탄압이라는 '중국 특색 요소'가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반중 성향의 홍콩 빈과일보가 최근 홍콩 당국의 압박으로 폐간 직전의 위기에 처한 것은 중국 공산당식의 언론 철학이 어떠한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중국에서도 공산당 통치에 불만을 품고 있거나 비판적인 이들이 일부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철저한 사회 통제 속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되기도 어렵고, 다른 이들에게 널리 전파되기는 더욱 어려운 구조다.
기술 발전은 중국 공산당에 소설 '1984'의 '빅 브러더'와 같은 강력한 힘을 준다. 중국의 '국민 메신저'인 위챗에서 '민감한 단어'가 인공지능(AI)에 걸러져 자동으로 전송이 차단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탓에 '소수'에 속한 사람은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를 꺼리게 된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다른 나라로 삶의 터전을 옮기기도 한다.
왕젠민(王建民·가명)씨도 그런 경우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때 대학생이던 그는 당시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평범한 삶을 살면서 사업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쌓은 그는 조만간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캐나다로 떠날 예정이다.

◇ 부의 대물림이 자유로운 '사회주의 국가'
사실 창당 100주년을 앞둔 중국 공산당에 가장 큰 걱정을 던지는 것은 내부 불만 세력보다는 이미 심각한 지경이 된 불평등의 문제다.
중국의 체제 특성상 불만이 수면 위로 쉽게 분출되지 않을 뿐이지 중국의 사회 양극화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의 1인당 GDP가 작년 역사적 관문인 1만 달러 고지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중국의 전체 GDP는 100조 위안을 돌파하는 신기원을 이뤄냈다.
빠른 경제 발전은 서민의 삶의 질까지 빠르게 개선하면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중국이 점차 고속 경제성장기에서 벗어남에 따라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역설적이게도 어떤 면에서는 '부자들의 천국'이라고 부를 만하다. 중국에서는 세계 주요 자본주의 국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속세가 없어 얼마든 부의 대물림을 할 수 있고 집을 아무리 여러 채 가져도 기본적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내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2017년 지니계수는 0.467로 0.5에 가까워 매우 높은 수준이다. 불평등의 척도로 쓰이는 지니계수가 1에 가까우면 불평등하게 이뤄진다는 뜻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이미 너무 비싸진 주택 문제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주택 가격은 서울, 도쿄와 유사하거나 일부 지역은 오히려 비싸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은 부모의 도움 없이 정상적 근로 소득으로는 일터가 있는 대도시에서 자기 집을 마련하기 어렵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베이징대 같은 최고 명문대를 나온 청년도 사회에 나와 처음 받는 월급은 한국 돈 100만원 남짓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베이징에서 방을 구하면 월급의 절반 이상을 월세로 쓸 각오를 해야 한다.
타향인 베이징에서 사는 20대 청년 싸싸(颯颯). 한국의 '고시원'처럼 작은 침대와 책상이 겨우 들어가는 월세 650위안(약 11만원) 짜리 쪽방에서 살아가며 '분투'하고 있다.

그가 '베이징 표류기' 영상을 올리는 중국판 틱톡 더우인(?音) 계정 팔로워는 95만명에 달한다. 대중은 쪽방 안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에 관심을 보이며 고단한 청춘을 응원하고 위로한다. 이는 중국에서 불평등한 주거 환경 문제가 대중의 감수성을 크게 자극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 꿈 포기하고 드러눕는 젊은이들…"공동부유에 집권 기반 달려" 위기
물론 '100년 정당'인 중국 공산당 역시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공산당 지도부는 최근 저장성을 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공동 부유 시범구'로 지정하면서 "공동 부유 달성은 경제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당의 집권 기반이 달린 중대한 정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제 바뀔지 모를 눈앞의 고단한 현실 속에서 꿈과 희망, 욕망을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최근 중국 청년들 사이에 아등바등 노력하지 않고 최소한 벌이로만 사는 '탕핑(?平)주의'가 유행한 것은 불평등 사회 구조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소극적 저항'의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있다. '탕핑'은 '드러눕는다'는 뜻이다.
AFP통신은 탕핑주의의 배경 분석 기사에서 "커지는 불평등과 치솟는 생활비 탓에 전통적 성공의 목표에 도달할 수 없게 되면서 일부 젊은이는 최소한의 일만 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창당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최근 재개관한 1차 당대회 기념관에는 중국에서 가장 먼저 발간된 1920년판 등 72종의 '공산당 선언' 희귀 인쇄본이 새로 전시되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말로 끝나는 공산당 선언문을 보고 기념관을 나서자 공산주의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먼 불평등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가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1차 당대회 기념관이 있는 곳은 중국 최고 부자 도시인 상하이에서도 부유층 지역인 신톈디(新天地) 전철역 일대다.
기념관은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신톈디스타일 등 고급 쇼핑 시설과 바로 이어져 있다.
길 바로 건너편에는 고급 아파트 추이후톈디(翠湖天地)가 있었다. 한국 20평대 아파트 정도 넓이의 방 한 칸, 거실 하나 아파트 가격이 1천800만 위안(약 31억원)부터 시작했다. 방 두 칸짜리 아파트의 가격은 3천만 위안(약 53억원)대로 껑충 높아졌다.

가히 불평등의 한복판에 불평등을 타파한다는 공산당의 '혁명 성지'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비약적 경제 성장과 탈빈곤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인 '공동 부유'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는 중국 공산당이 앞으로 맞닥뜨릴 도전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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