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르포] 쿠데타 공포에 잊고 있던 코로나…3차 유행에 마스크 급증

입력 2021-06-21 07:00  

[미얀마 르포] 쿠데타 공포에 잊고 있던 코로나…3차 유행에 마스크 급증
대형쇼핑센터 가보니 '노마스크' 찾기 힘들어…지난달 비교해 분위기 딴판
'턱스크' 현지인 직원들도 알아서 제대로 착용…"군정 못믿어 스스로 지켜야"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사실상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경계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2월1일 쿠데타 이후 유혈 탄압의 공포 속에서 미처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모습이다.
미얀마 보건체육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13일 373명에 이어 16일 355명, 17일 362명 등 최근 꾸준히 300명대를 유지했다.
쿠데타 이후 한 자리 또는 두 자릿수에 머물던 신규 확진자가 세 자릿수로 접어들더니 이제는 줄곧 300명대가 이어지는 상황이 됐다.
쿠데타에 대한 반발로 의료진이 대규모로 현장을 이탈해 검사 규모 자체가 대폭 줄었음을 고려하면 그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전파 속도가 더 빠른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도 11건이나 발견됐다.
이러다 보니 최근 미얀마인들 사이에서는 '잠시 잊고 있던' 코로나19 공포가 뚜렷이 감지된다.
기자가 지난 18일 금요일 점심시간에 찾아가 본 대형 쇼핑센터가 한 예다.
'미얀마 플라자 종합 쇼핑센터'는 최대 도시 양곤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약 3주 전 코로나19 경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시내의 한 재래시장에 나갔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장소는 달랐지만 당시 재래시장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쇼핑센터에서는 마스크를 안 쓴 시민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는 중년 주부 네이 치(가명)씨는 기자에게 "양곤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수도 있다고 해서 어린 막내아들까지 모든 식구가 마스크를 하는 것은 물론, 손소독제를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뿌린다"고 말했다.
네이 치씨는 "다시 한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며 주의를 강조했다.



쇼핑센터 안에 있는 한 대형 마트에서도 종업원과 쇼핑객 모두 하나 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젊은이들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양곤 쉐린 반 구(區)에 있는 한 한인 봉제공장의 총괄부장인 A씨는 "요즘 확진자가 늘면서 현지인 젊은 직원들도 조심하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동안은 우리가 마스크 착용을 아무리 강조해도 말을 듣지 않고 턱 등에 걸치고만 있던 직원들이 이제는 지시에 잘 따라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한인 사회도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나섰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지난 19일 공지문을 통해 "실질적으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면서 외부 활동 자제 및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당부했다.
미얀마 한인회에서도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한인 기업 등의 협조를 받아 방역 마스크 5만 장과 손소독제 1천 개를 교민 사회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현재 신규확진자가 가장 많은 곳은 경제 수도인 양곤이다.
특히 양곤 흘레구 사립학교 경우처럼 막 개학한 학교가 집단 감염원이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군사정권은 쿠데타에도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교사나 지역 관계자들을 상대로 학생들의 등교를 압박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을 뿐 정작 확산을 막기 위한 실질적 조처는 없다는 게 주민들 생각이다.
군사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 중인 의사 소 뚜 라(가명) 씨는 기자에게 "군사정권의 발표를 다 믿을 수는 없지만, 두 자리 숫자에 머물던 확진자 수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정이 사실상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으니 시민들 스스로가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위생 수칙 준수로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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