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우익, 소녀상 전시장 앞에서 '위안부 모독' 행사 예고

입력 2021-06-28 07:03  

日우익, 소녀상 전시장 앞에서 '위안부 모독' 행사 예고
도쿄·오사카서는 행사 앞두고 전시장 이용 취소당해
"주변에 폐 끼치고 안전 확보 불가능"…시설 사용허가 거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우익 세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사실상 방해하는 행사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 강점기 인권 침해의 진실을 알리고 일본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려는 현지 시민사회의 시도가 왜곡된 역사를 신봉하는 이들의 집요한 방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시민단체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잇는 아이치(愛知) 모임'(이하 모임)이 소녀상 등을 선보이는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를 개최하는 시점에 맞춰, 같은 건물에서 일본 우익 단체가 '아이치토리카에나하레'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계획 중인 것이 연합뉴스의 취재로 28일 확인됐다.
모임은 다음 달 6∼1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소재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소녀상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그런데 우익단체가 주축이 된 '아이치토리카에나하레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가 같은 건물 같은 층 전시장을 내달 9∼11일 사용하겠다고 신청했다.

전시장 관리자인 나고야시 문화진흥사업단 본부는 실행위의 계획을 검토한 후 시설 사용 승인 방침을 통보했다.
실행위 측은 아이치토리카에나하레를 작년과 비슷한 내용으로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들의 그간 행적에 비춰보면 역사를 왜곡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내용의 전시가 되풀이될 것으로 관측된다.
예를 들면 작년 아이치토리카에나하레의 전시물에는 '나눔의 돈'이라고 쓰여 있는 건물이나 '성매매은(조사 '는'의 오기로 보임) 일'(SEX WORK IS WORK)라고 적힌 현수막을 배경으로 치마저고리를 입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그림이 있었다.
나눔의 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복지시설의 명칭인 '나눔의 집'에서 '집'을 '돈'으로 바꿔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피해자가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매춘을 했다'는 일본 우익 세력의 주장을 옹호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치토리카에나하레는 소녀상 전시에 반발해 2019년 10월 처음 열릴 당시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콘텐츠를 내놓았다.
당시 주최 측은 소녀상을 변형한 것으로 추정되는 저고리에 짧은 치마 차림을 한 여성 옆에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로 보이는 인물이 쭈그려 앉은 모습을 담은 그림에 '직수입 기생'이라는 제목을 붙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사실상 모독했다.
여기에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장이라는 자가 스스로 솔선해 팔아넘기는 모습을 표현했다"며 "날조된 종군위안부에 보증서를 주는 행위를 해버리는 모습"이라는 작품 해설을 달았다.
'범죄는 언제나 조선인', '린치는 조선의 전통 행사' 등의 문구로 혐한(嫌韓) 감정을 부추기는 전시물도 있었다.
역사 왜곡 자체도 문제지만 전시를 보러 온 우익 세력이 소녀상 전시를 방해하는 등 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된다.

행사장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실행위를 주도하는 우익 정치단체인 '일본제1당'의 나가오 아키라(長尾旭) 부(副)당수는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의 성격이 "반(反)일본"이라고 규정했다. 또 자신들이 준비하는 행사가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대한 안티테제(반정립·反定立)의 중심이며 카운터(반격하는) 미술전"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앞으로도 표현의 부자유전이 개최된다면 우리들도 (그에 맞서는 전시회) 개최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소녀상 전시를 추진하는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잇는 아이치 모임의 야마모토 미하기(山本みはぎ) 실행위원은 같은 시기에 마주 보고 열리는 아이치토리카에나하레에 대해 "우리가 싫어하는 일을 일부러 하려는 목적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회가 "방해받을 위험이 커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행사 방해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당일 배치하는 인원을 늘릴 것이며 변호사나 전시장 관리자 측과 긴밀하게 논의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일본제1당은 혐한 시위를 주도한 우익단체인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회장을 지낸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가 당수를 맡고 있다.

소녀상 전시 방해는 일본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표현의 부자유전·도쿄실행위원회'는 애초 이달 25일부터 내달 4일까지 소녀상 등을 선보이는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도쿄 전(EDITION)'을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우익 세력의 방해로 장소를 확보하지 못해 연기했다.
애초에는 도쿄 신주쿠(新宿)구에 있는 전시시설인 세션하우스가든에서 행사를 하려고 했으나 우익 세력이 전시장 인근에서 확성기를 동원해 시위하는 등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인근 주민의 피해를 우려해 장소를 옮겼다.
하지만 새로 빌리기로 했던 전시장의 관리자 측도 주변에 폐를 끼치게 된다는 이유로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시설 사용 계획이 백지화돼 결국 행사 일정을 미뤘다.
오사카(大阪)에서도 다음 달 16∼18일 소녀상 등이 전시되는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간사이(關西)'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전시장 측이 '항의가 쇄도해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이용 승인을 취소한 상황이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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