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에 홍남기·이주열 의기투합…금리 인상 속도전?

입력 2021-07-03 05:30  

'미친 집값'에 홍남기·이주열 의기투합…금리 인상 속도전?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책임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나라 살림을 책임진 재정 당국은 체질적으로 금리 인상에 부정적이다. 긴축은 재정 효과를 갉아 먹고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런데도 홍 부총리가 중앙은행 총재와 손을 잡고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합창한 것은 자산시장의 버블, 특히 집값 급등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재정 당국 수장이 보도자료 형태이긴 하지만 문서로 한국은행 총재와 금리 인상 필요성에 사실상 합의한 것은 초유의 일이 아닐까 싶다.

◇ 홍남기·이주열, '금리 인상 필요하다' 공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일 배석자 없이 조찬 회동을 한 뒤 결과를 2페이지짜리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두 사람은 "재정·통화 정책은 경제 상황과 역할에 따라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책의 방향이 같을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먼저 재정정책에 대해 "코로나 충격에 따른 성장잠재력과 소비력 훼손을 보완하면서 취약부문까지 경기회복을 체감하도록 당분간 현재의 기조를 견지"한다는 데 공감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완화 정도를 조정하여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 불균형 누적 등 부작용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당분간'이라는 조건을 달아 2차 추경과 같은 정부의 확장 재정에 찬성하고, 홍 부총리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지지한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거대 추경 등의 확장 재정을 펴는 것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엇박자가 아니냐는 외부 비판에 대해 정책의 충돌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폴리시 믹스(policy mix)'라는 답변이기도 하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에 정책 엇박자 논란이 있는데 그런 것은 아니며 현재 직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에서 각자 역할을 분담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조화롭게 하면 좋겠다고 서로 공감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홍 부총리가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과 일자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금리 인상에 찬성한 것은 고육지책이다. 이는 그만큼 자산시장의 버블을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성을 깔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전국 집값은 22개월째, 전셋값은 21개월째 쉼 없이 오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집값 흐름이라면 내년 봄 대선에서 부동산 민심의 분노가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는 그동안 26차례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으나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이제 기댈 곳은 금리 인상밖에 없어 보인다.

◇ 바빠진 한은…금리 인상 속도전 나서나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보건·경제 복합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0%까지 낮춰 한계 기업과 취약 가구의 숨통을 텄지만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 코인 등의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버블을 만들면서 금융 불안정성을 키웠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과 관련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전례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라면서 "특히 한국은 소득 대비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주요국의 2∼3배 이상"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와 이 총재가 통화정책의 방향 선회 필요성에 의기투합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거나,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린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고 했다. 연내 최대 2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올해 남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는 이달 15일과 8월(26일), 10월(12일), 11월(25일) 등 4차례다. 금리를 올릴 경우 한차례에 0.25%포인트씩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행이 이달과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분위기를 조성한 뒤 10월에 기준 금리 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채권 시장에서는 한은이 8월부터 연내 2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내년 1분기에는 3월에 대선이 있고 3월 말은 이주열 총재의 임기 만료여서 금리 조정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금리를 올려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오르는 물가도 물가지만 가계부채 급증과 자산 가격 폭등으로 금융 불균형이 누적돼 우리 경제의 잠재 리스크를 높이는 암 덩이가 됐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코로나19를 맞아 작년에 금리를 초저금리로 가져간 것은 자영업자와 한계기업 등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위기 대응 성격이 강했는데 이미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만큼 저금리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im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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