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민주화운동 알린 100세 일본 작가 "한국에서 배웠다"

입력 2021-07-04 08:03   수정 2021-07-04 19:12

韓민주화운동 알린 100세 일본 작가 "한국에서 배웠다"
"일본은 낡은 게 너무 오래 남아 새로운 곳으로 못 나가"
5·18 소재 판화제작·위안부 관련 작품도…연세대서 전시회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작가 도미야마 다에코(富山妙子·100)는 "앞으로의 아시아에서 한국이 하나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알린 공적을 인정받아 한국 정부로부터 최근 국민포장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한 도미야마 작가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 "새로운 아시아를 찾아내는 움직임"이었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 벌어진 일은 아시아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걸어온 길은 결코 고립된 것이 아니었다고 풀이했다.
도미야마는 "오늘날 세계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략) 미얀마, 필리핀, 태국, 저마다 움직임이 있다. 아시아는 움직이고 있다"며 한국이 아시아에서 민주화를 향한 움직임의 선두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한 도미야마 작가는 "나는 한국에서 배우는 편"이라며 "일본은 새로운 곳으로 좀처럼 나가지 못한다. 그것은 아직도 낡은 것이 너무 오래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다의 기억'(1986년) 시리즈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활동을 하기도 한 도미야마는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매우 진지하게 임했다"고 회고했다.
국민포장 수상 소감을 묻자 "부끄럽다.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다", 내가 한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화를 위해 싸운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현재 연세대 박물관에서는 도미야마가 제작한 유화, 판화, 콜라주, 스케치, 영상 등 약 170점을 선보이는 기획전 '기억의 바다로 : 도미야마 다에코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애초 6월 말까지로 예정돼 있었으나 최근 8월 말까지로 2개월 연장했다.
도미야마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오래된 세대의 아시아가 아닌 새로운 아시아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1921년에 태어난 도미야마 작가는 올해 11월이면 만 100세가 된다.
일본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에서 태어났지만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이주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등 만주 지방에서 소녀 시절을 보냈다.



중국에서의 경험과 인간관계는 도미야마가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을 자각하고 훗날 작품 활동의 테마로 삼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1970년 서울을 방문한 그는 하얼빈 시절 연을 맺은 한국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식민지 지배, 분단, 전쟁이 한민족에게 안겨준 고통과 설움을 이해하게 된다.
도미야마는 1974년 김지하 시인을 주제로 한 판화 작품집 '묶인 손의 기도'를 제작하는 등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모티브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
도미야마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연구한 마나베 유코(眞鍋祐子) 도쿄대 교수에 의하면 김지하를 모티브로 한 시화집을 출판하고 슬라이드를 제작한 것 때문에 도미야마는 1978년부터 대전 엑스포를 계기로 일본인에게 무비자 입국을 시행한 1993년까지 한국 입국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연대를 이어갔다.
도미야마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서 연작 판화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 1980년 5월 광주'를 만들어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과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시를 돌며 전시했다.
희생자 앞에서 오열하는 치마저고리 차림 여성의 모습을 담은 유명한 석판화 '광주 피에타'도 이때 제작된 작품이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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