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세포막 때우는 기술, 거기에 치명적 약점이 있다

입력 2021-07-07 17:09  

암세포의 세포막 때우는 기술, 거기에 치명적 약점이 있다
면역세포 포식 작용과 유사한 세포흡수 기제로 세포막 복구
리소좀의 폐기물 분해 방해하면 암세포 사멸, '치료 표적' 부상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세포막은 세포의 피부 같은 기능을 한다. 정상 세포나 암세포나 세포막이 그런 기능을 하는 건 마찬가지다.
세포의 내부는 액체 상태여서 세포막 손상은 세포의 생명 자체를 위협한다. 물풍선에 구멍이 나 물이 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정상 세포든 암세포든 세포막이 손상되면 신속히 복구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암세포가 세포막을 복구하는 메커니즘을 덴마크 코펜하겐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암세포는 지금까지 다른 경우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진 '거대세포흡수(macropinocytosis)'라는 기제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 과정을 방해하면 암세포가 세포막 복구 능력을 잃고 사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견은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코펜하겐대의 예스퍼르 닐란츠터트(Jesper Nylandsted) 세포·분자의학과 부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는 지난 2일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닐란츠터트 교수는 암세포의 세포막 복구 기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원래 거대세포흡수는 세포가 외부로부터 분자나 수분 등을 흡수하는 걸 말한다.
또 면역세포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침입자를 포식할 때도 이용된다.
세포막이 손상되면 암세포는 세포막의 성한 부분을 손상 부위 위로 끌어당겨 구멍을 막았다. 이렇게 세포막의 구멍을 때우는 덴 수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거대세포흡수 기술이 이용되는 건 그다음 단계였다.






세포막에서 분리된 손상 부위는 미세 구체(球體)로 뭉쳐졌고 '세포의 위(胃)'에 해당하는 리소좀(lysosomes)이 이를 포식해 분해됐다.
세포 소체인 리소좀은 가수분해 효소를 갖고 세포 내 소화 작용에 관여한다.
연구팀은 먼저 암세포의 세포막에 레이저로 미세한 구멍을 내 거대세포흡수를 유도했다.
그런 다음 세포막 폐기물이 작은 구체로 뭉쳐지는 걸 방해하자 암세포는 세포막 복구를 더 진행하지 못하고 죽었다.
이는 암세포의 세포막 복구 과정에서 리소좀의 폐기물 흡수와 분해를 방해하는 게 새로운 암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발견이 흥미로운 건 암의 전이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암이 다른 기관이나 조직으로 옮겨가면 치료가 훨씬 더 어렵고 예후도 극도로 나빠진다.
그런데 암세포가 전이할 때 세포막 손상의 위험도 커진다. 인체 내 조직을 통과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닐란츠터트 교수가 속해 있는 덴마크 암 협회의 연구자들은 이에 앞서, 암세포가 세포막의 손상 부분을 '동여매기' 기술로 복구한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는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낼 때 쓰는 방법과 비슷한 것이다.
특별히 공격적인 암이 거대세포흡수 기제를 이용한다는 걸 시사하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를 설명하는 한 가지 가설은, 암세포의 증식에 필요한 에너지와 원료를 확충하는 데 리소좀을 통한 폐기물 재활용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소 거친 느낌을 주는 첫 번째 세포막 수리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중요한 연구 과제다.
더 완전하게 보완하는 2차 수리가 필요하다면 이 과정 또한 암세포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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