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첼리 "사랑하는 한국 빨리 가고파…젊은 뮤지션과 협업 희망"

입력 2021-07-09 07:00  

보첼리 "사랑하는 한국 빨리 가고파…젊은 뮤지션과 협업 희망"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즐길 줄 알고 감정에 솔직한 한국민 사랑"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6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여러 차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탈리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던 작년 4월 부활절에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에서 희망과 치유를 위한 화상 라이브 콘서트를 열어 세계 음악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당국의 고강도 봉쇄로 인적이 끊긴 텅 빈 두오모 앞에 홀로 서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열창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고, 때로는 눈물짓게 했다.
보첼리의 공식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 이 공연은 전 세계 400만 명이 동시 시청할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다. 1년여가 지난 8일(현지시간) 기준 조회 수만 4천267만 뷰에 달한다.
보첼리는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했다는 사실을 깜짝 고백해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바이러스가 무섭게 확산하던 작년 3월 중순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밀라노에서 한 치유의 공연에는 자신이 직접 코로나19를 경험하며 느낀 고통과 슬픔이 스며들어 있었던 셈이다.
보첼리는 연합뉴스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당시 공연을 돌아보며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인류 모두가 함께하는 기도"였다고 의미를 뒀다.
음악을 매개로 세계 모든 사람이 손을 맞잡고 하나가 되길 기원하는 의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평생 이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가족과 함께 자택에 격리된 시간을 '강제된 휴식'이라고 표현하며 힘든 시기였지만 한편으로는 가족과 더 돈독한 관계를 맺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1년 넘게 무대에 서지 못한 보첼리는 다시 활동을 재개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한국을 무척 사랑한다"면서 한국 팬들과의 재회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젊고 뛰어난 뮤지션들과 협업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다음은 보첼리와의 일문일답.

-- 작년 4월 밀라노 두오모에서의 콘서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 공연에 감동받았다. 당시 심정이 어땠나.
▲ 우리 모두 보건 위기로 많이 걱정했고 또한 고통받았다. 바이러스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밀라노에서 모두가 하늘을 향해 손을 맞잡는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 결국은 우리 삶이 이긴다는 표현이다. 그것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함께하는 기도였으며, 부활·희망·위안·구원이라는 기독교적 메시지의 힘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성당에서 그렇게 부활절을 경배할 수 있어 엄숙하고 행복했다. 내가 믿음의 증인이 되도록 허락한 삶에 여전히 감사하며 그 경험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 그 공연은 누가 먼저 제안한 것인가. 아울러 콘서트를 통해 주려고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 밀라노 시장과 밀라노 대교구에서 먼저 제안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 목적이 선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으로서 내 의무라고 믿는 바를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후 그 아이디어가 발전해 매우 큰 이벤트가 됐다. 음악을 통해 함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었다. 인터넷 덕분에 보건 비상사태로 분열된 모든 사람과 함께 하늘을 향해 손을 맞잡고 하나가 되길 기원할 수 있었다.



-- 당시 공연이 큰 성공을 거뒀다.
▲ 전 세계가 기대 이상으로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영성에 대한 목마름과 더 높은 가치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갈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역할은 단지 그 신앙적 실천에 내 목소리를 빌려주는 것이었다. 성 아우구스티노가 말씀하셨듯이 음악은 기도를 배가할 수 있고, 함께 공유하는 신성한 노래는 그 기도에 더 큰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라이브 당일 그 기도에 400만 명이 동참했고, 이후 수일간 4천만 명이 함께 했다. 이 미증유의 심오한 경험을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 당신과 가족들이 코로나19 감염됐다가 회복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많은 팬이 놀라고 걱정했다. 지금 건강 상태는 어떤지.
▲ 우리 가족 상당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감사하게도 별 탈 없이 회복했다. (바이러스 감염 후) 2주간 내 목소리를 잃었고 일시적으로 미각과 후각을 상실했다. 작년 4월 부활절 전에 완치됐으나 팬들에게 불필요한 심려를 끼쳐드리지 않고, 바이러스 감염으로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한동안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혈장을 기부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계기로 기쁜 마음으로 감염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감염 초기 우리는 '포르테 데이 마르미'(토스카나주)에 있는 자택에서 지냈다. 무척 힘든 시기였다. 코로나19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보다 훨씬 더 불운한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생각에 매우 슬펐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는데 우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고 이러한 '강제된 휴식'을 통해 가정에서 더 강렬한 관계의 따뜻함을 경험하기도 했다. 공부하고 음악 듣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 바이러스 사태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지만 백신 보급으로 상황이 천천히 개선될 조짐도 보인다. 언제쯤 진짜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
▲ 1년 넘게 콘서트를 하지 못했다. 일도, 예술도 없는 시간이었다. 많은 기회를 잃었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조만간 이 고통스럽고 전례 없는 시기를 넘기고 다시 포옹하고 미소 지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겪은 일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과거 훨씬 더 어려운 일도 결국은 극복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낙관적인 태도는, 이런 시기에 더욱더 필요한 도덕적 의무다.

-- 많은 한국 팬들이 당신을 다시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소원하고 있다. 미래 어느 시점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나.
▲ 그런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언제가 될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몇 달 안에 다시 한국을 방문했으면 한다. 나는 한국을 무척 사랑한다. 수년간 끊임없이 나를 지켜봐 주고 애정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최고의 방법은 직접 만나 인사를 드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라이브 콘서트로 팬들과 일대일로 직접 소통하는 순간이 무척이나 그리웠다.



--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방탄소년단(BTS)을 포함해 혹시 협업하고 싶은 한국 뮤지션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 한국에는 젊으면서도 훌륭한 음악가들이 있다. 데뷔 후 지난 25년간 전 세계의 동료들과 협업하려고 항상 노력해왔다. 음악적 호기심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금도 함께 작업하고 싶은 많은 음악가가 있다. 거기에는 내가 오랫동안 존경해온 유명인뿐 아니라 재능을 가진 떠오르는 샛별들도 있다.

--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국 팬들에게 애정을 담은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한 명 한 명 포옹해드리면 좋겠다. 오히려 내가 한국인들의 팬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한국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즐길 줄 알고 감정을 솔직하고 표현할 줄 아는 그들을 사랑한다. 과거 여러 차례 한국 대중이 이탈리아인과 매우 흡사한, 비범한 오페라 문화와 감수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 팬들의 애정과 믿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그들과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순간을 고대한다. 그때 우리 모두 함께 음악을 통해 아름다움을 축복하게 될 것이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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