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뒤집듯 하는 부동산정책…시장 불신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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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7-15 05:30  

손바닥 뒤집듯 하는 부동산정책…시장 불신 키운다

손바닥 뒤집듯 하는 부동산정책…시장 불신 키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정부·여당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주도면밀한 정책으로 시장 불안을 해소해야 할 정부 여당이 오히려 '리스크'의 주체가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 정책을 믿고 따랐던 이들만 손해를 보게 된다.

우리 국민 자산의 70%는 부동산이다. 제도의 작은 변화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때로는 정책이 패닉을 불러 집값 급등락의 뇌관이 되기도 한다. 잘못된 정책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치밀한 사전 연구와 점검으로 실패할 정책을 내놓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 손바닥 뒤집듯 하는 부동산 정책

작년 6·17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었던 재건축 단지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가 국회 입법 과정에서 백지화됐다.

정부는 재건축 투기를 막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을 실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 넣기로 했다가 1년 만에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이 정책은 발표 당시 전·월세 시장을 흔들어 오히려 집값 불안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애초 대책의 번지수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을 키웠고, 이 규제를 피하고자 강남구 압구정동·개포동, 서초구 반포동 등 강남의 주요 노후 아파트들이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서두르면서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의 가격 급등을 부채질했다.

사려 깊지 못한 정책 때문에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랐던 집주인들과 하루아침에 다른 전·월세를 구하느라 노심초사한 세입자들만 손해를 본 꼴이 됐다.

정부의 임대사업자 제도 운용도 대표적인 정책 실패의 하나로 거론된다. 정부는 출범 초기인 2017년 말 서민·무주택자의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며 등록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세제, 대출 등에서 여러 특혜를 주면서 민간 임대사업을 권장했다.

하지만 작년 7·10대책에서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매입임대(8년)를 폐지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민주당 주도로 민간 매입임대의 경우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신규 등록을 폐지하기로 했다.

임대사업자에게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준 것이 일종의 조세회피처로 작용했고, 그러다 보니 시장에 매물 잠김 현상이 유발되면서 집값을 올리는 요인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임대사업자들이 무주택자 주거 안정 공로자에서 한순간에 투기의 몸통이 된 셈이다.

그러면서 여당은 기존 임대 다주택자들의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을 등록 말소 후 6개월만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임대사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전세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나 세입자 보호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와 민주당은 원점에서 임대사업자 제도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 "정책 리스크가 시장 불안 키워서야"

정책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정책을 믿고 따랐던 이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내놔야 하고, 일관성 있는 추진으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공급, 세제, 대출 정책 등을 보면서 득실을 따지고 주택의 매입이나 매도에 참고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를 불신하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먹히지 않게 된다.

정부도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집값 급등의 이유로 초저금리와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정책도 수요·공급 대책이 조화롭지 못해 바둑으로 치면 수순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고수들의 바둑에서 수순 착오는 패배와 직결된다. 그래서 착수하기 전에 정밀하고 다각적인 수읽기는 필수적이다. 바둑에서의 수순 착오는 한 판의 패배로 끝나지만 국가 정책에서의 수순 착오는 시장에 충격을 주고 피해자를 양산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시장의 실패는 정부가 정책으로 바로 잡을 수 있지만 정부의 실패는 만회가 어렵다"면서 "신중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은 시장의 불신을 키워 불확실성을 증폭한다"고 했다.

고 원장은 "어떤 정책이든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종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장 불신이 심각하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 골이 깊어지면 정부가 시장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면서 "시장에 신뢰와 믿음을 줘 참여자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하는데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 집값은 너무 많이 올라 누구나 버블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런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조성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kim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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