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박해 논란에 개명 요구받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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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7-24 12:26  

성소수자 박해 논란에 개명 요구받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성소수자 박해 논란에 개명 요구받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웹 전 국장 행적 들어 과학계 개명 청원…"어떤 결정 내리든 투명해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허블 우주망원경의 명성을 잇는 차세대 망원경으로 주목받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올해 말 발사를 앞두고 개명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960년대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2대 국장을 지내며 과학의 가치를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임스 웹의 이름을 따 지었는데 성 소수자 박해에 앞장섰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개명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학 저널 '네이처'의 온라인 뉴스사이트(nature.com)에 따르면 지난 5월 시카고 '애들러 플라네타륨'의 천문학자 루시앤 왈코비츠를 비롯한 4명의 과학자가 웹 전 국장의 성 소수자 탄압을 이유로 JWST의 개명 청원을 내고 1천250명의 과학자가 서명하면서 NASA도 개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조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고 일정도 불투명하지만 NASA 역사 담당관이 민간 사학자들과 웹 전 국장에 대한 문서들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검토가 끝나야만 개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NASA는 지난 1989년 처음 입안된 뒤 숱한 개발 차질로 일정이 늦춰지며 총 88억달러가 투입된 JWST가 올해 말 발사를 앞두고 개명 논란에 휘말리자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졌지만 투명한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NASA 천체물리학부 책임자 폴 헤르츠는 지난달 29일 자문위원회 보고에서 "의식 있는 결정을 내려야만 하며,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근거가 과학계와 대중에게 투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JWST라는 명칭은 2002년 숀 오키프 국장 시절 결정됐다. 망원경 명칭은 대개 과학자 이름을 따 짓는데 행정가 출신인 웹 전 국장의 이름이 일방적으로 등장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오키프 전 국장은 웹이 달 탐사 아폴로 프로그램에 예산과 인력이 집중되던 시절에 과학을 핵심 분야로 유지한 공로를 높이 사 JWST로 이름을 지은 것이며, 당시에는 성 소수자 박해 관련 논란도 알지 못했다고 네이처 측에 밝혔다.

하지만 JWST 개명 청원을 한 과학자들은 웹이 1949~1952년 국무부 국장 시절 "동성애 혐오 자료를 제출한 회의를 기획하고 참여한 점이 기록을 통해 분명히 드러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그가 NASA 국장을 맡았던 1963년에는 한 직원이 동성애자라는 의혹을 받아 해고됐다면서 "이미 알려진 기록만으로도 망원경 개명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웹 전 국장의 성 소수자 박해 행동에도 천문학의 지평을 넓혀줄 중요한 우주망원경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용인하고 미화하는 것이라며 개명을 압박하고 있다.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의 행성과학자 피터 가오는 "이는 우리 분야의 젊은 연구자와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 것이냐의 문제"라면서 "망원경에 이름을 붙여 기념하는 사람은 우리의 가치를 나타낸다"고 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개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 JWST 관측 자료로 논문을 발표할 때 '감사의 글' 부분에 성 소수자의 권리를 언급하는 방안도 제시해 놓고 있다.





NASA가 JWST 개명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 2019년 말 뉴허라이즌스호가 탐사할 카이퍼벨트의 천체 '울티마 툴레'(Ultima Thule)가 나치와 일부 극우주의자들이 아리안족 신화 속 고대국가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용어라는 논란이 일자 인디언 부족의 언어로 하늘을 뜻하는 '아로코스'(Arrokoth)로 바꾼 것은 긍정적 사례로 제시된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인종차별 정책에 줄곧 찬성표를 던진 존 스테니스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미시시피의 우주센터 개명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개명 전망을 어둡게 하는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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