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대통령, 총리해임·의회정지 이어 통금령 "쿠데타 아냐"

입력 2021-07-27 04:30  

튀니지 대통령, 총리해임·의회정지 이어 통금령 "쿠데타 아냐"
도시간 이동금지…공공장소 3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도
제1정당 '쿠데타' 비판…미국·EU·아랍연맹 등 국제사회도 우려 표명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랍의 봄' 발원지였던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정국이 다시 요동치는 가운데,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기능을 정지시킨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이동 제한과 야간 통금 조치까지 내렸다.
야권 등은 이번 조치를 '쿠데타'라고 비판했지만, 사이에드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이 헌법 조문을 실행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이에드 대통령은 이날 야간 통금령을 발동했다.
대통령 측은 성명을 통해 다음 달 27일까지 한 달 동안 매일 저녁 7시부터 오전 6시까지 긴급한 건강상 문제나 야간 근무자를 제외한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도시 간 사람과 차량의 이동도 금지하고, 도로와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3인 이상의 집회도 금지했다.
앞서 사이에드 대통령은 전날 히셈 메시시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의 기능을 30일간 정지시킨다고 발표했다.
또 이브라힘 바르타지 국방부 장관과 하스나 벤 슬리마네 법무부 장관 대행도 해임했다.
대통령의 발표가 나온 뒤 군 차량이 의회 청사를 에워싼 채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고, 의회 밖에서는 시위대와 군인들이 대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튀니지의 제1당인 온건 이슬람 성향의 엔나흐다는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사이에드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헌법, 엔나흐다 당원들, 튀니지 국민에 반하는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또 아랍 이슬람권을 대표하는 국제조직 아랍연맹(AL)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사이에드 대통령의 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정치적 안정을 촉구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튀니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우려하고 있다. 튀니지 고위급과 접촉하고 있다. 우리는 자제를 원하며, 민주적 원칙을 따르기 위한 튀니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논평했다.
유럽연합(EU) 등도 튀니지의 주요 인사들이 헌법을 지키고 법질서를 확립하며, 국가 안정을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사이에드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자신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라 '임박한 위험'이 있을 때 의회 기능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제80조 조문을 실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혁명을 약탈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며 국민의 의지가 강탈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가장 큰 위험은 내부의 폭발인 만큼 국민들은 자제하고, 거리로 뛰쳐나가라는 도발에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튀니지는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민중 봉기의 발원지이며, 중동에서 드물게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다.
아랍의 봄 이후 처음으로 2018년 5월 지방선거가 실시됐고, 2019년 10월 민주적 선거를 통해 사이에드 대통령이 당선됐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을 비롯한 경제난, 정치적 갈등, 부패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진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가세하면서 민생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튀니지는 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 지금까지 1만8천 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한편, 법학 교수 출신으로 지난 2019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사이에드는 솔직한 성격과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워 기성 정치인들과 경제난에 실망한 젊은 층의 큰 지지를 얻었다.
그는 강직한 성격과 툭툭 끊어지는 말투로 로보캅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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