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도피 벨라루스 반체제인사 의문사…타살 가능성 수사(종합3보)

입력 2021-08-04 22:05  

우크라 도피 벨라루스 반체제인사 의문사…타살 가능성 수사(종합3보)
벨라루스 이주자 지원해온 활동가…젤렌스키, 보호조치 마련 지시
유엔, 진상조사 촉구…미국, 벨라루스 정권 규탄
'유럽 최후 독재자' 루카셴코 묻지마식 야권탄압 지속


(모스크바·제네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임은진 특파원 장재은 기자 = 벨라루스 반체제인사가 탄압을 피해 활동해오던 우크라이나에서 의문사해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은 수도 키예프 경찰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벨라루스인 집' 대표 비탈리 쉬쇼프(26·남)가 실종 하루만인 3일(현지시간) 자택에서 가까운 키예프의 한 공원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벨라루스인 집'은 키예프에 등록된 사회운동단체로, 벨라루스 정부의 탄압을 피해 우크라이나로 이주한 벨라루스인들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일자리,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쉬쇼프는 전날 아침 조깅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키예프 경찰은 쉬쇼프의 휴대전화와 개인 소지품 등을 사건 현장에서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위장한 타살일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쉬쇼프의 신변이 계속 불안했다는 점, 신체에 의문의 상흔이 있다는 점 때문에 살인사건 수사가 시작됐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경찰청장은 쉬쇼프의 코와 무릎에 찰과상이 있으나 피살을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이날 브리핑에서 밝혔다.
쉬쇼프는 반체제시위에 가담하다가 작년에 모국을 떠난 뒤 신변불안을 느껴왔으며 협박, 납치, 살해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 반체제인사가 우크라이나에서 의문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명 언론인 파벨 셰레멧은 2016년 7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타고 가던 승용차가 폭발해 사망했다.
당시 벨라루스 정권의 공작원이 차량에 심어놓은 폭탄을 원거리에서 폭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는 폴란드, 리투아니아와 함께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피해 달아난 벨라루스 반체제인사들의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나도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쉬쇼프 사망사건을 일제히 우려 속에 주시하고 나섰다.
마르타 우르타도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당국에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우르타도 대변인은 "벨라루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우리의 우려와 걱정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쉬쇼프 사망사건의 원인에 대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수사를 면밀하게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루카셴코 체제가 벨라루스 시민사회에 자행하는 폭력적 탄압, 국가를 넘나드는 억압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웃 유럽국가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십자포화 속에서도 벨라루스의 권위주의 행보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무려 27년간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벨라루스 대선에서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이에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시위가 몇 개월 동안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3만5천 명 이상이 체포됐다.
정치 혼란은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야권은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선 이후 공식 취임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벨라루스 당국은 야권 인사 체포와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말 루카셴코 정권에 반대하는 벨라루스의 전직 보안기관 요원 모임인 '비폴'(BYPOL)은 벨라루스 국가보안위원회(KGB)가 외국에 거주하는 야권 지도자들을 체포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을 시작했다고 폭로했다.
도쿄올림픽에 참가했던 벨라루스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가 올림픽 도중 지난 2일 선수촌에서 끌려 나와 강제 귀국 위기에 처했다가 폴란드로 망명 신청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는 벨라루스 대선 이후 야권의 대규모 부정선거 항의 시위로 정국 혼란이 계속되던 당시, 재선거와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공개 성명에 참여한 2천여명의 체육인 중 한 명이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 자국 보안기관과 경찰에 정치적 이유로 우크라로 이주한 벨라루스인들에 대한 보호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로 인해 범죄자들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모든 벨라루스인은 특별하고 확실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이미 보호조치가 필요한 벨라루스인 목록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호조치는 쉬쇼프 피살 사건과 함께 여러 벨라루스 활동가들에 대한 위험 정보를 사법당국이 입수한 것과 연관된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cjyou@yna.co.kr,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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