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 광복절 맞아 '독립운동가 간호사 74인' 발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조선총독부의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박자혜(1895∼1943)는 4명의 동료 간호사와 함께 간우회를 결성해 1919년 3월 10일 만세 운동에 참여했다. 일제 경찰은 그를 '악질적인 여자' '과격한 여자'로 규정했다. 박 간호사는 이후 만주로 망명해 중매로 단재 신채호 선생과 결혼했다. 귀국 후 그는 동양척식주식회사를 파괴하고자 잠입한 나석주 의사의 서울 길 안내를 해주는 등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일제의 감시 아래 끼니를 연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고를 겪었으며, 신채호 선생이 뤼순감옥에서 순국한 뒤에는 둘째 아들마저 영양실조로 잃었다. 그는 서울의 한 셋방에서 1943년 사망했다.
세브란스병원 견습 간호부로 일하던 이아주(1898∼1968)는 1919년 3월 5일 만세 시위에 참여하다 일제 경찰에 체포돼 '출판법 및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그는 법정에서 "앞으로 독립 만세를 안 하면 관대히 용서해주겠다"는 법관 말에 "조선 사람이 조선 독립을 소리 높이 외치는 것이 잘못이란 말이오. 앞으로 조선이 독립할 때까지 계속 독립을 외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간호협회는 광복 76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하거나 중국이나 미국 등 국외에서 항일운동에 헌신한 간호사 독립운동가를 새로 발굴하고 조명한 '독립운동가 간호사 74인'을 12일 발간했다.
간협은 2012년 발간한 '간호사의 항일구국운동'에 소개된 26명의 간호사 외에 추가로 48명을 발굴해 총 74명의 삶을 서적에 담았다.
간협은 이 서적에서 3·1운동 이후 임시정부에 군자금 등을 지원한 항일 운동 단체인 대한민국애국부인회 사건에 연루돼 1920년 체포된 80명 중 41명이 간호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28명, 동대문부인병원 간호사 12명, 함경남도 성진 제동병원 간호사 1명이다.

대한민국애국부인회 산하의 적십자회 회장을 맡은 세브란스병원 이정숙(1896∼1950) 간호사는 동료 간호사 28명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군자금을 모으는 역할을 했다. 그는 1920년 대구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사후 40년 만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았다.
박원경(1901∼1983) 간호사는 1919년 3월 9일 황해도 재령 독립 만세에서 남장을 하고 시위를 이끌었다. 박원경 간호사는 동대문부인병원에서 16년간 근무하며 독립운동가와 가족들을 도왔다.
중국과 미국 등 국외에서 임시정부에 지원금을 보내거나 비밀문서 전달을 위한 연락망을 자처한 간호사들의 행적도 소개됐다.
신경림 간협 회장은 "앞으로 독립운동가 간호사들의 정신을 기억하고 발자취를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며 "국가로부터 포상을 받지 못한 간호사에 대한 서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jan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