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한인 위안부 처소 더 훼손…"표지석 건립 추진"

입력 2021-08-12 17:52   수정 2021-08-12 20:15

인도네시아 한인 위안부 처소 더 훼손…"표지석 건립 추진"
자바섬 중부 스마랑, 코로나에 발길 끊겨…"유적 관리해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시대 인도네시아에 끌려온 한인 위안부와 독립열사 유적관리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중부 자바 스마랑의 한국 위안부·독립열사 알리기에 앞장서 온 이태복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은 12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전화 인터뷰에서 "유적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한국인 발길도 모두 끊겼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가 관심을 받지만 정작 위안부 유적 관리는 한 게 없다"며 "역사를 잘 보존해 위안부의 아픔, 독립열사의 나라 사랑 정신을 후손들이 기억하도록 해야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의 한인사가 사탕수수밭 노동 이민자들로부터 시작됐듯이 인도네시아의 한인사는 일본 강점기에 연합군 포로 감시원과 위안부로 끌려온 한인들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1942년 3월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뒤 같은 해 9월 14일 조선인 위안부 23명과 연합군 포로를 감시하기 위해 동원된 조선인 군속 1천400명이 배에 실려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위안부 13명과 포로 감시원들은 육로를 통해 다시 자바섬 중부의 스마랑으로 옮겨졌다.
일본군은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 식민지배 시절 축조한 스마랑의 암바라와성을 점거, 포로수용소 겸 군부대로 썼다.
조선인 소녀들은 암바라와성 문밖에 축사처럼 지어진 위안부 처소로 끌려왔고, 조선인 군속들은 포로감시원으로 배치됐다.
인도네시아에 끌려온 조선인 위안부가 처음에는 23명으로 알려졌지만, 재인도네시아 한인회가 '한인100년사'를 출간하면서 조사한 결과 수라바야 지역 공창에 40여명, 자카르타 위안소에 7명이 있었다는 자료가 확인됐다.
또, 팔렘방, 발릭빠빤에도 흔적이 있어 최대 150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9년 광복절을 앞두고 특파원이 직접 암바라와성 현장을 방문했을 때 44칸의 축사 같은 방 일부는 관광객을 위한 화장실로 개조돼 있었고, 내부는 쓰레기와 함께 한글 낙서까지 돼 있었다.
독립열사들의 유적 또한 방치돼 있었다.
1944년 12월 29일 스마랑의 보병훈련소 취사장 뒤편에서 조선인 군속 10명이 혈서를 쓰고 항일결사 '고려독립청년당'을 조직했다.
당원 가운데 손양섭·민영학·노병한 등 3명은 무기를 탈취해 일본군을 상대로 항쟁하다 결국 자결했고, 국가보훈처는 이들의 활동을 항일운동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보병훈련소는 야영장으로, 열사들이 무기를 탈취했던 성당은 농업학교 부속건물로, 자결지는 논과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인사회와 시민단체 등에서 표지석이라도 세우자는 움직임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주요 부지가 군 소유라서 쉽지 않았고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흐지부지됐다.
대사관 역시 외교 문제가 있어서 표지석 건립을 주도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6월 말에 암바라와성에 가보니, 위안부 처소였던 건물에 세면장까지 설치해 더 훼손돼 있었다"며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와 스마랑 한인회, 사산자바문화연구원 주도로 표지석을 세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채환 스마랑 한인회장은 "역사는 유적을 만든다. 아픈 역사도 역사이지 않느냐"며 "표지석 설치 당위성을 담은 계획을 잘 준비해 해당 부지를 소유한 군부대, 지방 정부의 이해를 구한 뒤 꼭 설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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