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가 밝혀준 1만7천년 전 수컷 털북숭이 매머드 생활사

입력 2021-08-13 10:27  

상아가 밝혀준 1만7천년 전 수컷 털북숭이 매머드 생활사
28년간 지구 두 바퀴 가까운 먼거리 이동…죽기 전 이동거리 줄어들며 영양결핍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1만7천100년 전 지금의 알래스카에 서식했던 털북숭이 매머드의 상아를 통해 28년간 삶을 살면서 지구를 두 바퀴 가까이 돌 정도의 먼 거리를 이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학교의 매튜 울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현대 코끼리의 멸종 조상인 북극 털북숭이 매머드의 상아에 보존된 동위원소 분석으로 얻은 생활사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1.7m 길이의 상아를 잘라 털북숭이 매머드가 성장하면서 늘어난 층을 노출시키고 스트론튬(Sr)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했다. 식물과 토양 내 Sr 동위원소 비율(87Sr/86Sr)은 기반암의 지질 상태를 반영하고 있어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동물이 식물을 섭취하면 계속해서 자라는 상아와 같은 조직에도 반영된다.


연구팀은 털북숭이 매머드 상아에 축적된 이런 Sr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해 생전에 어떤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았는지를 재구성한 것이다.
그 결과, 상아가 발견된 강의 명칭을 따 '킥'(Kik)이라는 이름이 붙은 상아의 주인은 수컷 털북숭이 매머드로 28년간의 이동 궤적이 드러났다.
새끼 때는 무리를 따라 유콘강 하류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빙하가 남쪽으로 전진하던 시기였지만 유콘강 하류를 포함해 알래스카의 상당 지역은 빙하로 덮이지는 않았다. 현재 북방림으로 덮여있는 곳은 당시에는 털북숭이 매머드와 같은 초식동물에게 이상적인 초원이었다.
연구팀은 "(새끼 때는) 어미나 무리의 다른 매머드를 따라 이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하지만 15~16세 때 이동 거리와 범위가 극적으로 늘어나며 정기적으로 훨씬 더 북쪽으로 이동하고 더 높은 고지대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는데, 현대 코끼리 중에서도 일부는 다 자란 수컷에게 무리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활하도록 하는 것과 비슷했을 것으로 지적됐다.
킥은 이후 오늘날 북미산 순록 카리부가 이용하는 경로를 따라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킥이 먹이를 찾아 계절에 맞춰 이동하면서 고대 카리부와 같은 경로로 움직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킥의 유해는 지난 2010년 두 개의 상아와 함께 두개골 일부만 남은 채 강가의 자갈 위에서 발견됐다.
연구팀은 킥이 죽기 전 알래스카 북부의 좁은 지역에서 많이 이동하지는 못한 채 영양부족 상태였다면서 "죽음의 원인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갖고있다"고 했다.



'알래스카 안정동위원소 시설'의 소장을 맡고있는 울러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북극 털북숭이 매머드의 생활사가 어떠했는지를 처음으로 보여주는 것 중 하나"라면서 "멸종한 빙하시대 동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북극곰이나 카리부 등 급변하는 북극 환경에서 살아가는 종에 대한 환경적 우려를 조명하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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