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존중한다더니…탈레반, 여성 시위대에 채찍·운동경기 금지(종합)

입력 2021-09-09 17:35   수정 2021-09-10 11:19

여성 존중한다더니…탈레반, 여성 시위대에 채찍·운동경기 금지(종합)
'여성 목소리 봉쇄' 위해 기자 감금 폭행도
"정부 허가 없는 시위는 모두 금지" 발표


(뉴델리·서울=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여성을 존중하는 아프가니스탄을 만들겠다는 탈레반의 선언이 점점 더 빈말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탈레반 조직원들은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시위에 나선 여성들에게 채찍과 몽둥이를 휘둘렀다.
시위 참여자들은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이 남성으로만 구성된 과도정부를 구성한 데 항의하려고 거리에 나섰다.
탈레반 조직원들은 이날 시위를 취재해 여성들의 메시지를 전하려던 기자들도 때리고 일부 감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셜미디어(SNS)에는 폭행으로 인해 등과 다리에 상처를 입은 기자들과 병원으로 이송되는 기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 등이 올라오고 있다.
탈레반 대원에 의해 납치, 감금돼 폭행당했다는 한 기자는 "우리는 기자들이라고 외쳤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우리를 죽이려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학교에 가다가 시위를 지켜보는 청소년까지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팼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국 기자도 채찍을 휘두르려고 준비하는 탈레반 조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받았으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구타는 피했다.

이 같은 강경 진압은 여성 인권에 대한 아프간 정부의 인식과 향후 태도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성권 주장 자체를 극도로 예민하게 여기고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의 주장은 아프간 정치, 경제, 사회에 참여하도록 해달라는 게 골자였다.
플래카드에는 "여성에게 자리가 없는 정부는 없다", "나는 계속 자유를 노래하겠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한 여성 시위자는 "탈레반이 채찍으로 때리면서 집에 가서 이슬람 토후국(아프간 새 정권)을 받아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 과도정부는 내무부, 법무부 등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모든 시위는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 과도정부 내무부는 9일 성명을 통해 승인 없이 시위한 이들에 대한 결과는 그 시위대의 책임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아프간 새 정부가 여성들의 스포츠 경기 출전을 금지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흐마둘라 와시크 탈레반 문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호주 SBS방송 인터뷰에서 "여자는 크리켓 경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크리켓 경기 출전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기 중에 여성들의 얼굴과 몸이 노출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이슬람 율법에 반한다는 게 금지의 사유였다.
와시크는 "사진과 동영상이 도는 미디어 시대에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지켜볼 것"이라며 "이슬람과 토후국(아프간)은 여자들이 노출되는 크리켓이나 그런 종류의 스포츠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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