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과도정부 발표에 아프간 정치인·국민 "과거 회귀"

입력 2021-09-09 11:45   수정 2021-09-09 11:46

탈레반 과도정부 발표에 아프간 정치인·국민 "과거 회귀"
탈레반 강경파 인물로만 내각 채워져…여성은 전면 배제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과도정부 내각을 발표하자 아프간 내 정치인·국민은 20년 전 집권기의 통치방식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았다.



9일 톨로뉴스와 외신들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재집권하면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달 7일 발표한 과도정부의 내각 명단을 보면 탈레반 내 강경파 남성들로만 전원 구성됐다.
정부 수반이 된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는 20년 전 집권기의 외무장관·부총리를 역임한 유엔 제재 대상이고, 내무부 장관과 난민·송환 장관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각각 1천만 달러,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수배한 인물들이다.
내각은 또한 탈레반 지도부의 주류인 파슈툰족 출신이 대부분으로, 민족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아프간 주요 정당들은 과도 정부 내각이 전혀 포용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자미앗(Jamiat)당은 "내각 구성이 불균형적"이라며 "이는 탈레반이 이전 지도자들보다 더 정치와 권력에 있어서 독점적이고 극단적임을 보여준다"고 성명을 냈다.
자미앗당의 총수 아타 모하맛 누르는 "내각 발표는 모든 규제와 통치법에 어긋난다. 이것은 헤게모니, 독점, 그리고 과거로의 회귀 신호"라며 "이 정부는 반드시 실패할 운영"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카불 주민 압둘 라시드는 "탈레반은 국민으로부터 뽑지 않고, 자신들만의 인물을 기용했다"며 "포용적이란 단어의 의미는 아프간에 사는 모든 민족이 정부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탈레반은 아울러 과거 집권 당시 가장 논란을 샀던 부처이자 이슬람법의 극단적인 해석을 집행하는 조직인 '미덕 촉진·악덕 방지부'를 되살렸다.
이전 정부 산하의 '여성부'는 해체된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여성들은 내각 발표 전 여러 도시에서 거리 시위를 벌이며 "여성의 교육·일할 기회를 보장하라. 여성들도 내각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내각은 전원 남성으로 채워졌다.
아프간 여성들은 내각 발표 다음 날인 8일 카불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행히도 새 내각에 여성이 한 명도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의 아프간 여성이 아니다. 우리는 권리를 원한다. 폭력에 맞서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시민들은 '미덕 촉진·악덕 방지부'의 부활에 공포감을 나타낸다.
한 카불 주민은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것을 멈췄다. 탈레반의 과거 집권기 경험 때문"이라며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과거 5년 집권기(1996년∼2001년)에 여성은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고, 남성은 수염을 기르도록 했다.
미덕 촉진·악덕 방지부 소속 대원들은 기도 시간에 거리를 순찰하며 상점 문을 닫게 하고, 음악을 듣거나 춤추는 사람, 연 날리는 사람, 미국식 헤어스타일을 한 사람들을 붙잡아 때렸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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