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희생자 유골을 가족 품에"…日시민단체 주최 행사

입력 2021-09-14 22:01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골을 가족 품에"…日시민단체 주최 행사
성의 안 보이는 日정부 향한 성토 분출…"화가 치밀어 올라요"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10년, 20년 전부터 전쟁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의 대응에는 변함이 없네요. ~중략~ 일본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은 그 나라와는 관계가 없는 우리의 아버지이거나 남편이거나 자식으로, 정말로 소중한 가족이었습니다. 그 소중한 가족을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잃었습니다."
일본 시민단체인 '전몰자 유골을 가족의 품에 연락회'와 종교인평화네트워크 주최로 14일 오후 도쿄 중의원 제1회관에서 열린 후생노동성·외무성·방위성과의 대화 행사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는 화면 너머로 노기 띤 표정을 드러냈다.
오키나와 전투를 비롯해 일제가 일으킨 전쟁의 와중에 무고하게 희생된 한국인 피해자 유골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책임을 일본 정부가 방기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것이었다.
이 대표는 아버지의 유골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해온 가족들이 30년 넘게 활동하고 있고, 2013년부터는 매년 일본 정부에 요청도 하고 있지만 이뤄진 게 없다며 일본 주무 당국인 후생노동성을 비판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유골 수습 대상의 다수는 오키나와 전투와 관계된 희생자들이다.



오키나와 전투는 일제의 패전 직전인 1945년 일본군이 본토를 사수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오키나와 본섬 남부 등에서 미군을 상대로 벌였던 치열한 싸움이다.
당시 일본군이 방패막이로 내세운 오키나와 주민을 포함해 약 2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키모토 후키코(沖本富貴子) 오키나와대 지역연구소 특별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오키나와 전투에는 조선인도 3천461명이 군인이나 군속(군무원)으로 동원돼 이 가운데 701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기록으로 파악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면 실제 동원되거나 사망한 조선인은 더 많을 수 있고, 이들 대부분은 희생된 주변 지역에 그대로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구시켄 다카마쓰(具志堅隆松) 씨가 이끄는 시민단체 '가마후야'가 조선인을 포함한 모든 전몰자의 유골을 수습해 가족 품에 돌려주자는 인도주의 운동의 선봉에 서 있다.
이 대표는 일본 정부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을 생각했다면 이미 해결했을 문제라며 구시켄 씨를 보고 배우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가족이 일본 때문에 희생되고 파괴된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한 뒤 "몇 번을 같은 말을 해야 할지, 정말로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에선 오키나와에서 전사한 한반도 출신자 170명의 유족이 한국 정부를 통해 DNA 검사로 혈육의 유골을 찾게 해달라고 신청해 놓은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일본인 감정(鑑定)을 우선해 뒷전으로 미뤄 놓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한국 출신 전몰자 유골을 유족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 차원의 논의가 먼저 진전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우선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는 의미이지 차별적인 관점에서 볼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전몰자 유골이 섞여 있을 수 있는 이토만(絲滿) 등 오키나와 남부 지역의 토사를 미군 기지 매립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3만3천 명의 서명부가 방위성 측에 전달됐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을 같은 오키나와 내의 헤노코(邊野古) 연안 매립지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이 매립지에 쓸 토사를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군과 미군이 격전을 벌인 오키나와현 본섬 남부 지역에서 채취하려 하고 있고, 구시켄 씨 등 반전 운동가들은 오키나와전투 희생자들의 피가 스며든 토사를 미군 기지를 만들기 위한 매립 작업에 사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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