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주일미군기지 오염수

입력 2021-09-19 08:03  

[톡톡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주일미군기지 오염수
미군 유기불소화합물 섞인 '처리수' 일방 배출에 일본 반발
오염수 방류 일방적으로 결정한 일본…역지사지 계기될까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처리수를 방류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중략) 협의가 한창인 가운데 일방적으로 방류가 이뤄진 것이다."
일본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다핵종(多核種) 제거설비(ALPS·이하 알프스)로 거른 후에는 '처리수'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만한 발언이다.
마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웃 국가의 항의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이 지난달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을 겨냥해 내놓은 발언이다.



주일미군이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유기 불소 화합물인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을 포함한 처리수를 오키나와(沖繩)현 소재 후텐마(普天間)비행장에서 하수도에 버린 데 대한 논평이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도 "방류하지 않는 처분 방법 등의 대체안을 포함해 미일 간에 협의하고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PFOS 등을 포함한 물을 방류한 것은 매우 유감이며 미국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반응했다.
배출 30분 전에 연락을 받은 일본 정부는 당혹감에 휩싸였고 주일 미군기지로 인해 장기간 직간접적인 피해를 겪어온 오키나와에서는 반발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미군은 PFOS와 과불화옥탄산(PFOA)을 포함한 오염수를 정화한 후 하수도에 배출한 것으로 PFOS와 PFOA를 합해 1ℓ(리터)에 2.5ng(나노그램·10억분의 1g) 이하라면서 "모든 이에게 더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실현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일 갈등 사안이라서 한국과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굳이 이를 소개하는 것은 양측의 대립 구도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오염수 처리 문제에서 이웃 나라를 배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태도를 보여온 일본이 이번에 미국으로부터 비슷한 일을 당하자 강하게 반발한 모양새다.
물론 방사성 물질 오염수와 유기 불소 화합물이 섞인 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배출 장소, 배출량, 농도, 환경 기준, 양국 협의 방식 등이 다르니 양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양측이 의견을 달리하는 사안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다른 한쪽이 환경과 건강에 대한 우려를 느끼는 상황이라는 구도는 닮았다.
미국은 정화 절차를 거쳤고 농도가 기준치 미만이니 안전하다고 주장했고, 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조치라고 반발했다.



아직 방출이 시작되지는 않았으나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알프스로 거른 후 처리수라고 이름을 바꿔 배출한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기준치 미만으로 희석할 것이므로 안전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으나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기자는 미국과 일본 간 이번 갈등이 일본 정부가 오염수 처리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로 오키나와현 기노완(宜野彎)시는 미군의 처리수 배출 첫날인 지난달 26일 채취한 하수를 분석한 결과 PFOS와 PFOA가 1ℓ에 합계 약 670ng 검출됐으며 이는 일본이 정한 잠정 목표치(50ng)의 13배를 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노완시 발표만 보면 미군 측의 애초 발표가 사실과 달랐던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일단 뒤처리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미군기지 지하 저수조에서 PFOS와 PFOA를 포함한 폐수가 넘치는 일이 없도록 방위성이 미처리 폐수를 인수해 처분하기로 미국과 긴급 잠정 조치에 합의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처분 비용 9천200만엔(약 9억9천만원)도 일본이 부담하기로 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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