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여성 실종에 떠들썩한데…흑인 실종자 가족은 박탈감

입력 2021-09-24 12:06   수정 2021-09-24 17:46

백인 여성 실종에 떠들썩한데…흑인 실종자 가족은 박탈감
흑인 실종자 가족 "경찰 수사 미흡하고 언론 보도도 적어"
전문가 "실종시 유색인종보다 백인 여성 조명하는 경향"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내 아들의 실종이 중요하지 않고, 시급하지도 않고,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괴롭고 화가 납니다."
23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20대 백인 여성의 실종에 대한 보도가 폭발적으로 쏟아지자 유색 인종 실종자는 온당한 조명을 받지 못한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박탈감을 토로했다.
지난 6월 23일 흑인 지질학자 다니엘 로빈슨(24)이 애리조나 사막 내 한 작업 현장에서 이탈한 후 실종됐다.
아버지 데이비드 로빈슨은 이후 3개월간 사비로 사설 조사관을 고용하고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수색팀을 꾸려 아들을 찾고 있다.
로빈슨은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으며 언론도 아들의 실종을 조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에서 아들의 상황과 대비되는 개비 퍼티토(22) 실종 사건이 발생해 언론의 조명을 받자 그는 이같은 판단을 더욱 굳히게 됐다.
백인 여성인 퍼티토는 여행 영상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로, 약혼자와 여행을 떠났다가 지난달 27일 부모와 마지막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은 후 실종됐다.

미국의 주요 언론 매체들은 이후 한달 간 페티토의 행방과 용의자인 약혼자에 대한 경찰의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으며 퍼티토가 살해됐다고 경찰이 결론을 내린 뒤에는 거의 전 언론이 긴급 속보를 내보내고 헤드라인으로 이 소식을 다뤘다.
반면 로빈슨의 사연은 지난 7월 9일 지역 매체에서 보도됐을 뿐 이같은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는 "퍼티토의 유족에 마음이 간다"면서도 "젊은 백인 여성의 사건이 흑인인 아들의 사건보다 국가적 관심을 받으며 긴급히 다뤄지는 상황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2016년 9월 26일 21세 나이로 실종된 흑인 여성 키샤 야콥스를 5년간 찾고 있는 어머니 토니 야콥스 역시 로빈슨의 주장에 동조했다.
어머니 야콥스는 "경찰이 처음에 딸이 내 전화를 일부러 안 받고 있다며 실종이 아니라고 했지만 14개월 후 살해 가능성을 의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종 당시 퍼티토보다 한 살 어렸던 키샤의 수색은 그만큼 집중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는데 불공정한 일"이라면서 "키샤가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감이 든다"고 말했다.
CNN은 2016년 출판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진의 범죄학 논문을 인용해 실제로 백인 여성이 실종됐을 때 흑인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언론 보도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 저자인 잭 소머스는 "백인이 실종될 때 사람들은 내 딸, 내 이웃, 내 친구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여겨 실종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유색 인종보다 백인의 실종을 다룬 기사를 더 읽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며 이를 '실종 백인 여성 증후군'으로 명명했다.

pual0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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