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생필품 대란 겪는 영국…브렉시트·코로나에 '휘청'

입력 2021-09-28 01:10   수정 2021-09-29 12:21

후진국형 생필품 대란 겪는 영국…브렉시트·코로나에 '휘청'
주유 못해서 의료진 출근 못 해…크리스마스 만찬 어려울 수도
겨울 앞두고 난방요금 급등…독일 총리 후보 "EU 떠나지 말라고 했는데"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인 영국이 식료품과 기름 등 생필품 부족으로 혼란에 빠졌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와 코로나19 이중고에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겹친 결과다.
'위대한 영국'(Great Britain·GB)를 내세우며 유럽연합(EU)에서 떨어져 나간 영국은 유럽 국가들의 조소를 받고 있다.
◇ 나흘째 주유 대란에 출근도 못해…소비자 공황 상태
영국에선 27일(현지시간) 나흘째 주유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름이 떨어져서 주유소가 텅 비거나, 비가 오는 날씨에도 주유소에 차들이 꼬리를 물고 서서 도로까지 정체가 빚어지는 상반된 풍경이 펼쳐졌다.
소셜 미디어에는 주유소 정보를 나누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주유소 앞 대기 차량을 피하려다가 구급차가 추돌사고를 내거나 1시간 넘게 기다리다 지친 운전자끼리 싸움이 난 사건 등이 보도되기도 했다.
기름통까지 채우려는 고객과 이를 말리는 주유소 직원이 옥신각신하는 상황도 벌어졌다고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의료진이나 교사가 주유를 못해서 출근을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필수 인력에겐 우선권을 주자는 주장도 나왔다.

후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에서나 볼 법한 이같은 풍경이 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정부가 기름 수송에 군대 동원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총리실은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주유대란 계기는 언론보도였다. 정유업체 BP가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공급을 제한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다음 날부터 사재기가 시작됐다.
정부는 기름이 부족한 것은 아니므로 평소처럼 행동하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의 공황 심리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외국인 트럭 운전사 5천명에게 3개월 임시 비자를 발급한다며 브렉시트에 역행하는 카드까지 꺼냈지만 역부족이었다.
◇ 슈퍼마켓 진열대도 비고 난방요금 등 생계비 급등
영국은 올해 초 시작한 코로나19 봉쇄가 7월에 끝나면서 인력난과 인력 공급 문제를 본격적으로 겪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규제를 완화하자 자가 격리자가 급증해서 트럭 운전사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일손이 부족해 졌다. 일부 슈퍼가 문을 닫았고 식당 등 서비스 업종이 큰 영향을 받았으며 쓰레기 수거 등 공공서비스 부문도 삐걱댔다. 브렉시트 후 외국인들이 돌아가면서 인력 공백이 생긴 탓도 컸다.
여기에 가스요금 급등이 더해지면서 식품 공급 문제가 더 악화하고 생계비도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엔 닭과 칠면조 등 가금류 공급업체에서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가스요금이 오르며 비료 생산 공장이 멈추고 그 여파로 도살에 쓰이는 이산화탄소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식료품 가격은 슬금슬금 오름세이고 휘발유 가격은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가스 소매요금도 10월부터 크게 오른다.
◇ "브렉시트 탓 아니다" 주장…독일 총리 후보 "잘 해결하길"
올라프 숄츠 독일 사민당 총리 후보는 총선에서 사민당이 신승을 거둔 뒤 영국의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지 않게 하려고 정말 애썼다. 이제 다른 결정을 내렸으니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한 문제를 잘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숄츠 후보는 그러면서 트럭 운전사의 임금 등 근로조건을 개선하라고 훈수까지 뒀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트럭 운전사들은 장기 비자와 높은 급여가 없으면 영국에가서 도와주기 어려우며, 영국인들이 브렉시트의 결과를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브렉시트를 내세워 집권한 영국 보수당은 브렉시트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도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긴 마찬가지이며 언론 보도가 소비자들을 자극해서 생긴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은 현재 트럭 운전사가 10만 명 부족한데 브렉시트로 EU 국가들로돌아간 인력이 2만5천 명에 달한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봉쇄 중에 신규 대형트럭 운전면허 신청이 4만 건이나 밀렸는데도 신속히 대응하지 않은 행정 무능도 사태를 악화시킨 한 원인이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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