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취임 1년' 눈앞의 과제는…반도체·품질개선·지배구조

입력 2021-10-07 05:01  

'정의선 취임 1년' 눈앞의 과제는…반도체·품질개선·지배구조
반도체 수급난에 실적 감소세…중고차 시장 진출·GBC 신축 '지연'
품질 이슈 여전…안정적 경영권 확보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시급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권희원 기자 = 오는 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계획까지 발표하며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대응, 온라인 판매 확대, 중고차 시장 진출뿐 아니라 안정적인 노사 관계 구축, 지배구조 개편 등의 내부적 문제도 정 회장의 과제로 꼽힌다.



◇ 반도체 위기는 계속…온라인 판매·중고차 시장 진출은 언제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정 회장 취임 전인 지난해 3분기(7~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연결재무제표 기준 3천1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아[000270]는 지난해 3분기 1천9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정 회장이 취임한 이후 현대차는 반전에 성공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 1조6천410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40.9% 성장한 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분기 매출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하며 1조8천8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기아 역시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조4천872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2분기 대비 영업익이 10배로 늘어났다.
현대차그룹은 안정적인 부품 재고 관리를 바탕으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대응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의 후유증에서도 점차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반도체 부족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등의 여파로 7월에 올해 첫 역성장을 했다.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연속 판매실적이 감소했고, 지난달에는 국내·해외 판매가 총 28만1천196대로 작년 동월 대비 22.3%나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012330]가 반도체 핵심기술 내재화를 추진하며 반도체 개발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해 차량용 반도체 분야 개발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차량용 반도체 부품 확보가 완성차 생산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 회장이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의 미래 먹거리 사업뿐 아니라 반도체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판매 등의 서비스도 현대차그룹이 서둘러 시작해야 할 사업 부문이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온라인 판매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테슬라는 100% 온라인 차량 구매 시스템을 구축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세계 14여개 국가에서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도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노조의 반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대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생산한 '캐스퍼'가 온라인 판매를 통해 '돌풍'을 일으켰고,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의 온라인 판매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중고차 업계와의 입장차로 인해 진출 시기는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완성차·중고차 업계의 상생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신장 진출 안건을 검토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지를 매입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터파기 공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애초 1개동 105층으로 짓는 계획으로 각종 인허가를 받았지만, 최고 높이를 70층 또는 50층으로 낮추고 건물 개수를 늘리는 방향의 설계 변경을 검토하면서 GBC 신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 성과급 인상에도 불만 여전…품질 개선·지배구조 개편 숙제
현대차는 지난 7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무분규로 일찌감치 마무리했지만, 여전히 사무·연구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성과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4월에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사무·연구직 직원들이 사측에 직접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기 위해 별도의 노동조합을 새롭게 출범시키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을 150% 지급하는 데 그치면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키웠다.
이에 현대차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7만5천원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등을 약속했지만,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호실적이 지속되면서 이 같은 인상안에도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전동화 전환기를 맞아 전기차 라인업 다양화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품질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코나 EV에서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3월 배터리 제작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1조4천억원을 투입해 국내외 7만5천680대의 코나 EV를 리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난 7월 출시한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에서 결함이 발견돼 177대를 리콜하는 등 크고 작은 품질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도 현대차그룹의 해묵은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6월 기준 ▲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 ▲ 기아(17.3%)→현대제철[004020](5.8%)→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 ▲ 현대차(4.9%)→현대글로비스[086280](0.7%)→현대모비스(21.4%)→현대차 ▲ 현대차(6.9%)→현대제철(5.8%)→현대모비스(21.4%)→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의 모듈·AS 부품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친 뒤 총수 일가가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기아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여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사모펀드 엘리엇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 4월 정 회장이 2대 주주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다시금 관심이 쏠렸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되면 정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추가 현금을 확보한 뒤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사·비상장사로 확대하면서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10%가량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안정적인 경영권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구조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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