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은 어떻게 조세회피처 유령회사로 부를 쌓았나

입력 2021-10-07 11:22  

억만장자들은 어떻게 조세회피처 유령회사로 부를 쌓았나
WP 판도라페이퍼스 분석…"'투명 망토' 유령회사로 빈국 약탈"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전세계 억만장자 중 일부가 부정 축재를 위한 강력범죄 수단으로 조세회피처를 이용했다는 실태 고발이 이어졌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판도라 페이퍼스'에 포함된 부호들을 분석한 결과 10여명이 소득원과 관련해 범죄 정황이 있거나 이미 처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저개발국에서 자금이나 천연자원을 헐값에 채굴하는 사실상 약탈에 조세회피처에 있는 유령회사를 동원했다.
유령회사는 신흥국이나 저개발국 독재자들과 유착하는 데 필요한 뇌물을 몰래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WP는 나이지리아 석유 재벌 3명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 법원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의 환심을 얻을 때 현금을 주지 않았다.
대신 유령회사를 통해 장관 가족들에게 운전사가 딸린 승용차를 제공하고 장관에게 명품 가구를 전달했다.
미국 검찰은 이들이 수익성이 높은 사업 기회를 얻는 대가로 석유장관에게 준 선물이 수백만 달러(한화 수십억원)라고 지적했다.
뇌물수수를 추적당하지 않을 고전적 수단은 현금이지만 꼭대기에 있는 극소수 부호들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부호들이 저개발국에서 천연자원을 약탈해 부를 해외로 빼돌리는 데에도 조세회피처 유령회사들이 동원됐다.

스위스 법원 문건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다이아몬드 거래상인 베니 스테인메츠는 뇌물 1천만 달러(약 120억원) 주고 기니에서 철광석 개발권을 얻어냈다.
뇌물수수를 감추는 데는 이번에도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유령업체가 이용됐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 광산업자 댄 커틀러도 유령업체를 통해 민주콩고에서 광산 개발권을 부정하게 얻은 뒤 2010∼2012년에만 13억 달러(약 1조5천억원)를 가져갔다.
조세회피처에 있는 유령회사들은 슈퍼리치들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도 이용됐다.
WP는 수백만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지만 억만장자들은 부를 숨겨 사회적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고 신흥국들을 주목했다.
경제잡지 포브스의 억만장자 목록에 오른 인도네시아 개인 또는 가문 31곳 중 10곳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소유했다.
태국에서도 억만장자 개인이나 가족 34명 가운데 8명이 유령업체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비영리 조사단체인 국제금융건전성기구(GFI)의 톰 카더몬 회장은 "유령업체는 투명망토"라며 "어떤 종류의 정부 당국 시야에서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세계 각지의 정치지도자, 억만장자 수맥명이 조세회피처에 거액을 숨겨놓고 있다는 내용을 폭로 보고서 '판도라 페이퍼스'를 지난 3일 공개했다.
세계 117개국 159개 매체에서 언론인 600여명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기득권층이 은폐한 부정부패를 탐사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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