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체게바라' 상카라 암살 사건…34년만에 재판(종합)

입력 2021-10-12 17:19  

'아프리카의 체게바라' 상카라 암살 사건…34년만에 재판(종합)
부르키나파소 상카라 전 대통령…불발한 급진개혁, 범아프리카주의·반제국주의의 상징



(요하네스버그·서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전명훈 기자 = 1987년 서아프리카 국가 부르키나파소의 토마 상카라 대통령을 살해한 일당이 범행 34년 만에 재판정에 섰다.
부르키나파소의 군사법원이 상카라 살해를 공모한 일당 14명에 대해 재판을 시작했다고 영국 BBC방송과 AP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마르크스주의자인 상카라는 범아프리카주의와 반제국주의 운동의 상징으로,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로 불렸다.
그는 33살이던 1983년 절친한 친구였던 블레즈 콩파오레와 함께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이 됐다.
재임 기간에는 각 분야에서 기간산업 국유화 등 급진적 개혁을 단행했다.
가난한 농부들에게 땅을 배분하는 토지 개혁을 단행해 면직물 생산력을 끌어올렸다. 자신을 포함한 공무원의 급여를 깎고 정부의 호화 벤츠 자동차들을 없앴으며 고위 관료들은 운전기사를 두지 못 하게 했다. 그 스스로 대통령이 되기에 앞서 장관일 때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했다.
특히 교육에 집중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국민의 비율을 1983년 13%에서 1987년 73%로 끌어올렸다. 여성할례 금지 등 여권 신장에도 힘썼다.
프랑스 식민지 때 쓰인 '오트 볼타'라는 나라의 이름을 '부르키나파소'로 바꾼 것도 상카라였다. 부르키나파소는 현지 듈라어 등으로 '정의로운(정직한) 사람들'을 뜻한다.
그는 '의식의 탈식민화'를 주창해 아프리카 좌파와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았으나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은 그를 싫어했다. 그는 또 노조와 학생들을 탄압하고 정적들이 해외로 도피하게끔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상카라 대통령은 임기 4년 만인 1987년 10월 15일 친구 콩파오레가 주도한 쿠데타 도중 암살당했다.
콩파오레는 이 쿠데타로 권좌에 올라 2014년까지 27년간이나 장기집권했다. 2014년에도 집권 연장을 위해 헌법을 고치려다가 광범위한 하야 요구 시위가 번져 실각했다.
바로 이 장기집권 때문에 상카라 암살에 대한 재판이 지금까지 미뤄진 셈이다. 콩파오레는 2012년 자신에 대한 기소 면제를 위한 법까지 제정했으나 그가 권좌에서 쫓겨난 뒤 이 법은 무효가 됐다.

현재 이웃 국가인 코트디부아르로 도피해 시민권자로 머무는 콩파오레는 암살 사건의 핵심 피고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자신을 겨냥한 '정치적' 재판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변호사는 성명에서 "항복하지 않겠다"며 "기소 전에 진술할 기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콩파오레 이외의 피고인들은 콩파오레 정부에서 참모총장을 지낸 길베르 디앙데레 장군 등이다. 이들은 국가 안보 위협, 암살 공모, 시신 유기 등의 혐의를 받는다.
상카라가 자연사했다고 사망진단서에 서명한 의사도 공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상카라와 다른 12명은 쿠데타 당시 암살단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콩파오레 전 대통령과 그의 경호 책임자에 대해선 궐석재판으로 진행되고 이날 재판정에는 피고인 14명 가운데 12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재판 준비를 이유로 시간을 더 달라고 해 재판은 2주간 휴정에 들어가 오는 25일 재개될 예정이다. 재판은 수개월 동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카라의 부인인 마리암 상카라는 이날 재판정 앞자리에 다른 희생자 유족들과 앉아 정의가 집행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재판이 사람들에게 부르키나파소와 다른 나라들에서 살해하고도 면책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id@yna.co.kr,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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