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유럽 에너지난에도 기대했던 러 가스공급 확대 없어

입력 2021-10-19 01:33  

[특파원 시선] 유럽 에너지난에도 기대했던 러 가스공급 확대 없어
"우크라 가스관 노후해 공급 확대 불가…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가동돼야"
유럽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공급량 줄여" vs 러시아는 "최대로 공급 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11월분 가스 공급량을 늘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유럽 시장에선 유럽 내 가스 가격 폭등 상황에 맞춰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주요 가스 수송로인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통한 공급량을 늘릴 것이란 기대가 높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달 들어 여러 차례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데 따른 기대였다.

보도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이날 헝가리 거래소에서 이루어진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 추가 용량 확보를 위한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폴란드를 경유하는 야말-유럽 가스관 사용 용량도 제안 물량의 3분의 1만 구매했다.
가스프롬은 지난날에도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통한 유럽으로의 추가 가스 공급을 거부했었다.
지난 2019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체결된 5년 장기계약에 따르면 러시아는 계약 첫해엔 650억 큐빅 미터(㎥), 이후 4년 동안에는 매년 400억㎥의 가스를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하게 돼 있다.
따라서 올해 계약상 의무 공급량은 하루 1억9천만㎥ 정도다.
이와 함께 가스프롬은 원할 경우 경매에 나오는 가스관 용량을 추가 구매해 대유럽 가스 공급을 장기 계약상 공급량보다 더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이 같은 옵션을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가스프롬은 오히려 이번 달에 하루 8천500만~8천900만㎥ 정도만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통해 공급해 장기 계약에 따른 의무 공급량(1억9천만 ㎥)도 채우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경유 공급량은 이달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을 통해 헝가리로 가스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경유하는 러시아 가스 공급량이 올해 들어 9개월 동안 17%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늘릴 것이란 기대가 무너지면서 이날 영국 런던 상품거래소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에서 11월 선물 가스 가격은 한때 1천㎥당 1천300달러 선을 넘기도 했다.
지난 10월 6일 1천㎥당 1천9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뒤, 푸틴 대통령의 가스 공급 확대 발언으로 1천 달러 초반대까지 내려갔던 가격이 다시 뛴 것이다.
유럽 시장에선 지난 8월 이후 아시아 지역 가스 수요 증가, 유럽 내 가스 비축분 감소, 풍력 발전량 감소 등으로 가스 가격이 폭등하며 에너지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러시아가 최근 완공한 러-독일 직결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유럽 당국의 조속한 승인을 압박하기 위해 고의로 가스 공급량을 줄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가스프롬은 현재 사상 최대 규모에 가까운 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유럽의 에너지 위기 이후에도 오히려 가스 공급을 15%나 늘렸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은 노후해 이 가스관을 이용한 공급 확대가 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면서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되면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상당 정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을 지난 9월 완공하고 독일과 유럽 당국의 가동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크림사태로 러시아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되면 러시아가 자국 경유 가스관을 폐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스프롬이 주도하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운영사 '노르트 스트림 2 AG'는 이날 2개 라인으로 이루어진 가스관의 첫 번째 라인에 대한 가스 충전이 끝났다면서, 두 번째 라인에 대한 가동 준비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스 충전은 가스관 본격 가동에 앞서 봉합 상태 등을 점검하기 위한 마지막 시험 단계다.
러시아 측은 독일과 유럽연합(EU) 당국의 승인만 나면 가스관이 가동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르트 스트림 2 AG는 지난달 초 독일 당국에 가스관 승인 신청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당국의 검토와 허가에는 최대 4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당국의 승인이 나오면 뒤이어 EU 집행위원회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독일과 EU 당국의 승인을 재촉하기 위해 에너지 위기 와중에도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조절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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