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코로나에 생활고 겪는 로마교민, 골프 즐기는 파견공무원

입력 2021-10-22 07:07   수정 2021-10-22 07:57

[특파원 시선]코로나에 생활고 겪는 로마교민, 골프 즐기는 파견공무원
주중에도 라운딩하며 위화감 조성…당사자들 "복무규정 위반 안해" 해명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한국대사관은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 등에 한 통의 공문을 보냈다. 국제기구 파견 공무원들의 골프 라운딩을 자제시켜달라는 내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현지 교민사회가 큰 어려움에 처해있으니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주의를 주라는 취지다.
해당 공무원들이 속한 국제기구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다. 전 세계 기아 퇴치를 위한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곳으로, 우리 정부의 국·과장급 공무원 7명이 파견 형태로 일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많은 수는 주말마다 소수의 교민 혹은 대사관 직원과 어울려골프를 즐긴다.
주중에도 자기들끼리 단합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혹은 교민 행사를 빌미로 몇 차례 주중 골프를 친 것으로 파악됐다. 평일 퇴근 후 부부가 함께 수시로 골프를 친 사례도 있다.
이들은 평일에 골프장에 나갈 땐 연가를 내고 업무 시간을 지키는 등 복무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해명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일차적인 업무 감독 기관인소속 국제기구나 우리 정부의 감찰 조직이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일이다.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합법적으로 보장된 여가를 활용해 혹은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정도 선에서 골프를 즐기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현지 교민사회에서는 이들의 잦은 골프 라운딩을그리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졌다시피 이탈리아는 작년 2월 서방권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국가다. 하루에 수백 명이 숨지는 비극에 더해 경제적 피해도 막대했다.

대부분이 관광업에 종사하는 로마 교민사회 역시 쑥대밭이 됐다. 상당수 자영업자는 현지 정부 정책에 맞춰 반강제로 가게 문을 닫아야 했고 고용된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실업자 신세가 됐다.
경제적 어려움 혹은 심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한 많은 이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귀국길을 택했다.
로마에 체류하던 유학생들도 갑작스러운 팬데믹 사태에 시름에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며 학업을 이어가던 한 유학생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결국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사태가 장기화하며 일부 교민들이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소식에 주이탈리아한인회가 작년 12월 한국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라면 등의 식품을 지원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들이 교민과 유학생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지원할 방안을 찾기는커녕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골프를 치며 위화감마저 조성했다는 지적이 교민사회 일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 교민은 "어찌 됐든 국민의 세금 지원으로 혜택을 받는 국가 공무원들인데 공감 능력이 다소 아쉽다"고 꼬집었다.
다른 교민은 "한국처럼 골프가 그렇게 비싸지 않고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고려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며 "내가 공무원이었다면 자제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공무원들은 자신들을 향한 이러한 비판 어린 시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과장급 공무원은 연합뉴스의 취재 요청을 거부했고, 국장급 한 인사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사안 아니냐. 근무 규정을 어기지 않았는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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