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 여행

입력 2021-12-22 08:00   수정 2022-03-21 11:38

[여기 어때]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 여행
마을마다 있는 보호수 통해 남해 새롭게 조명

(서울=연합뉴스) 이탈리아 나폴리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는 남해.
사우스 스케이프, 아난티, 다랭이마을, 독일마을처럼 잘 알려진 명소도 좋지만,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와 함께 하는 새로운 여행은 더 큰 신선함을 준다.



◇ 남해돌창고의 비밀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는 새로운 남해를 보여주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10개면 31개 마을의 오래되고 희귀한 나무 31그루를 지정해 보호하는 제도다.
이 보호수를 중심으로 남해돌창고, 남해각, 앵강다숲, 두모마을에서 전시가 자주 열린다.
또 다른 남해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31그루의 보호수를 중심으로 여행하는 게 좋다.
많은 이들이 남해가 섬이라는 것을 잊곤 하는데, 실제로 남해는 남해대교와 삼천포대교로 육지와 이어진 섬이다.
"남해에는 수령이 오래되고 큰 나무가 많습니다. 섬이라는 지형 특성으로 인해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나무들입니다. 적게는 140년에서 650년까지의 수령을 가진 나무들이 남해 사람들을 자연과 액운으로부터 보호해줬고, 21세기에도 여전히 보호수는 심리적 안정감을 선사합니다."
전시를 기획한 최승용 대표는 보호수의 생명력을 이렇게 예찬한다.



아티스트라면 남해의 신령한 보호수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밖에 없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름다운 남해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남해 여행의 시작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승용 대표의 본거지 '남해돌창고'에서 하면 좋을 것이다.
최승용 대표는 남해가 관리하는 31그루의 보호수에서 영감을 받아 전시를 열기 시작했고, 올해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유명 미술가 최정화 작가가 남해의 젊은 아티스트를 응원하려고 합류했다.
아침 일찍 여행을 시작했다면 일단 남해돌창고 카페에서 커피와 가래떡을 맛보자.
미숫가루와 바질 페스토를 바른 바게트도 좋다.
최 대표는 남해돌창고 전시를 보기 위해 방문한 관람객에게 커피 한잔을 권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페까지 운영하게 됐다고 한다. 최 대표가 2016년 매입한 남해돌창고는 양곡창고로 사용하던 것이었다.
과거 남해에서는 산에서 가져온 돌을 활용해 창고를 지었다고 했다.
이제는 남해에 몇 개 남지 않은 돌 창고라 더욱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이곳에는 최정화, 노경, 스기하라 유타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최정화 작가의 설치 작품 '살리고 살리고'는 남해군 신청사 건립을 위해 집단 이주한 서변마을 주민들이 두고 간 항아리를 모아 만든 작품이다.



남해군청 내에 있는 수령 480년의 느티나무와 이주하는 주민의 활생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노경 작가는 창선도 왕후박나무, 두모마을 느티나무를 사진에 담아 공간을 수호하고 역사를 묵묵히 지켜보는 보호수의 위엄을 예찬한다.
최승용 대표는 보호수를 새로운 시선으로 촬영하기 위해 건축 사진가를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스기하라 유타는 왕후박나무, 개구리, 두모마을 등 보호수를 둘러싼 세계를 디지털 드로잉으로 그리고 '보호수 여행'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전시를 관람한 후에는 인근 마을의 보호수를 둘러볼 차례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시문마을과 봉화마을에는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각각 한그루 있다.
시문마을에 있는 수령 150살의 팽나무는 농작물을 보호하는 방풍목의 역할을 해 왔다.
높이 14m의 이 팽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제사를 지내는 당산목의 기능이 두드러진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의지한다고 한다.



봉화마을 느티나무는 250년 수령의 19m 높이의 아름다운 나무다.
제단과 함께 석탑과 돌탑이 있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 아기를 가지게 해 달라고 빌면 그 염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남해돌창고 길 건너에 있는 '키토부'(kitovu)도 가볼 만하다.
이곳은 김서진, 한송희가 운영하는 리사이클링 아트 숍이다.
키토부에서는 버려진 그물과 천막을 이용해 만든 사랑스러운 소품을 판매하며 개인 작업도 진행 중이다.

◇ 앵강다숲과 두모마을의 보호수들
앵강다숲에서는 키토부와 남해청년센터가 참여한 작품 전시 '해피 해피'가 열렸다.
형형색색의 천으로 앵강다숲의 나무를 휘감아,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장면을 연출한 작품이다.
앵강다숲은 원래 군부대 부지였지만 2007년부터 주민에게 개방됐다.



매년 가을에는 붉은 꽃무릇이 나무 아래 만발하기에 사진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해피 해피'의 행복한 기운은 남해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젊은이들이 집합소 키토부와 남해청년센터를 닮았다.
앵강다숲 인근에는 화계마을 느티나무와 용소마을 팽나무가 있으니 슬슬 걸어가 보는 것도 좋다.
남해청년센터는 남해 청년 커뮤니티 활성화와 네트워크 형성을 돕기 위해 세워졌다.
예전에 요정으로 사용하던 한옥을 매입해 현대적으로 개보수한 곳이다.
정원과 연못을 살려 둬 낭만적인 정취가 물씬 풍긴다.
남해 청년들은 이곳에서 휴식도 취하고 일도 하면서, 미래에 대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청년센터 곳곳에는 구가건축 조정구 건축가의 손길이 닿아 있다.
바다 건너 노도가 바라다보이는 두모마을을 볼 차례다.
두모마을에는 다섯 그루의 노거수가 두모천에 드리워 있는데 이 중 느티나무 한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됐다.
두모천은 은어와 참게가 사는 깨끗한 하천이다.
큰 나무 그늘에서 마을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곤 한다.
최정화 작가와 '팜프라'(Farmfra)가 힘을 모아 남해에 버려진 의자와 가전제품을 조합해 아트 퍼니처를 만들었다.
팜프라는 도시를 떠나 판타지 촌 라이프를 꿈꾸는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다.



팜프라는 청년들의 남해 생활을 돕기 위한 집짓기, 농사짓기, 잡지 만들기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팜프라의 사무실이 바로 이곳 두모마을에 있다.
두모마을 사람들은 금산 아래 두꺼비 바위에서 기원제를 지내고, 느티나무에서 동제를 지낸다.
마을 사람 모두 건강하고 농사와 고기가 잘 잡히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다.

◇ 남해각과 문의마을 팽나무
남해각에서도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 전시가 이어진다.
더불어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두 개의 전시도 놓치면 아쉽다.
남해각은 1973년 남해대교 개통과 함께 선보인 휴게 공간이었다.
44년간 여관과 휴게소의 임무를 다하고 새롭게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남해대교에서 남해로 진입하자마자 보이는 7m 높이의 거대한 설치 작품은 최정화 작가의 '과일나무'다.
남해대교와 과일나무의 붉은 빛이 어우러져 기분까지 상큼해지는 작품이다.
그래서 남해로 들어오는 자동차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촬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남해각의 1층에서는 남해각 주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남해대교와 남해각에 이웃들의 얽힌 이야기를 수집하고 과거와 현대를 짚어보자는 의도다.
남해대교에서 촬영한 사진들 가운데서는 배우 손예진의 어린 시절 사진도 발견할 수 있어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지하 1층의 기획 전시에서는 미술가, 음악가, 건축가 등 예술가 30인이 자신만의 해석으로 남해대교와 남해각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돈선필, 루시드 폴, 황형신, 후니다 김, 오유경 등의 흥미로운 작품을 감상해보자.
지하는 원래 나이트클럽과 노래방이 있었던 곳이었다니 전시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
최승용 대표는 남해는 개발이 아니라 보존해야 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 전시는 모두에게 이를 알리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이며, 올해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새로운 남해를 만날 최고의 방법임이 분명하다.

글 이소영 프리랜서 기자 / 사진 최정화 작가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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