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중국서 가장 위험한 여인'은 왜 토사구팽 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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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0-26 05:31  

[이슈 In] '중국서 가장 위험한 여인'은 왜 토사구팽 당했나

[이슈 In] '중국서 가장 위험한 여인'은 왜 토사구팽 당했나

고위층 비리 기사 써온 후수리 운영 차이신망, 허가 매체서 탈락

"뉴스 작성·배포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통제 더 강화한다 의미"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중국이 최근 인터넷에 기사를 게재할 수 있는 기관 명단을 발표하면서 고위층 부패와 정부 실정에 관한 보도로 이름난 매체인 '차이신망'을 제외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차이신망은 중국 공산당 고위층 비리에 대한 과감한 폭로 기사로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인'이란 별명을 얻은 기자 출신 후수리(胡舒立·68)가 운영하는 차이신미디어 소속이다.

◇ 인터넷 매체 허가 5년 만에 4배 늘었는데도 탈락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최근 인터넷에 기사를 게재할 수 있는 기관 명단을 발표했다.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정부 기관과 언론사 등 1천358개로 5년 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뉴스 서비스를 하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이 명단에 있는 기관의 글만 전파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는다.

이번에 새롭게 인터넷 언론으로 지정된 서비스 중에는 정부 기관이 많다.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이나 지시 내용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개설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학습강국'이 대표적이다.

반면 후수리가 운영하는 경제 매체 차이신망은 명단에서 빠졌다. 이 매체의 기사는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제공될 수 없다는 의미다.

훙얼다이(紅二代·혁명 유공자 2세대)인 후수리는 1998년 경제 주간지 차이징(財經)을 창간했고, 2007년 쩡칭훙(曾慶紅) 부주석의 아들이 헐값에 산둥성 국유 기업을 사들인 내막을 특종 보도해 파장을 일으켰다.

2009년 차이신미디어를 창간한 뒤에도 중국 공산당 고위 관료의 비리 관련 기사를 잇달아 보도해 명성을 얻었다.

이런 공로로 후수리는 2014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미국 경제주간지 포춘의 '50인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홍콩대 중국 미디어 전문가인 데이비드 반두르스키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차이신망의 누락은 뉴스 작성이나 배포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한층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는 내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온라인 여론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 왕치산 위상 변화 여파로 차이신망 제외됐나

일각에서는 차이신망의 탈락이 한때 시 주석의 오른팔이었던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의 위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후수리는 왕 부주석이 베이징 시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그와 가까운 사이였다.

후수리가 중국 같은 매체 환경에서 이례적으로 공산당 고위층의 부패 문제를 잇달아 보도할 수 있었던 것도 왕치산이란 뒷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 집권 1기(2012~2017)에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를 맡아 반부패 사정 작업에 앞장섰다.

후수리의 차이신망이 '사정 풍향계'로 명성을 떨친 것도 이때였다. 차이신망이 고위층의 비리 의혹을 보도하면 왕치산의 중앙기율위가 행동에 나서는 식이었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아들 장멘헝(江綿恒) 상하이 과학기술대 총장 등 상하이방의 거물들이 비리 의혹 보도의 표적이 됐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후수리가 오랜 기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인민은행 부총재와 베이징 시장 등을 역임한 왕치산이란 뒷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왕치산의 위상이 시진핑 집권 2기로 접어들면서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왕치산의 측근인 둥훙(董宏)이 800억 원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진핑과 그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후수리는 이달 초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의미심장한 포스팅을 올렸다. 공안당국의 핵심 인물인 푸정화(傅政華) 전 사법부장(장관)이 부패 혐의로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이었다.



후수리는 정육점에 여러 개의 돼지머리가 걸려있는 사진과 함께 "돼지머리는 나쁜 평판 때문에 환영받지 못한다. 누구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해 돼지머리와 함께 식탁에 앉으려 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얼핏 보면 의미를 알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글이지만 많은 이들이 돼지머리를 시진핑에 비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후수리는 이 내용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자 얼마 안 가 포스팅을 삭제했다.

디플로맷은 "많은 이들은 후수리의 웨이보 포스팅이 시진핑과 왕치산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붕괴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한때 왕치산과 전략적 협력 관계였던 시진핑의 의지를 받들어 부패 척결에 앞장섰지만 '화이트 리스트' 누락으로 토사구팽 신세가 된 후수리의 심경이 드러났다고 분석한 것이다.

독일에 거주하는 중국 시사평론가 창핑(長平)은 25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최근 중국 당국이 발표한 '화이트 리스트'에 차이신망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광범위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중국에서 터무니없는 언론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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