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난에 마비된 아이티…갱단 "총리 물러나면 연료수송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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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0-27 05:17  

연료난에 마비된 아이티…갱단 "총리 물러나면 연료수송 허용"

연료난에 마비된 아이티…갱단 "총리 물러나면 연료수송 허용"

갱단 두목 셰리지에 "총리 사퇴 즉시 도로봉쇄 해제할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갱단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카리브해 극빈국 아이티에서 갱단 두목이 연료를 볼모 삼아 총리 사퇴를 압박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일대 갱단 연합체인 'G9'의 두목 지미 셰리지에는 전날 밤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G9 장악 지역이 봉쇄된 이유는 단 하나"라며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앙리가 오전 8시에 물러난다면 우리는 8시 5분에 도로 봉쇄를 해제하겠다. 연료 수송 트럭도 통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티에선 최근 G9를 비롯한 갱단들의 위협 속에 연료 수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극심한 연료난을 겪고 있다.

갱단들은 연료 저장시설을 오가는 도로를 봉쇄하고 연료 트럭의 통행을 막거나 트럭 기사를 납치하고 연료를 탈취했다.

피랍 위험에 공급업체들도 연료 수송을 포기하면서 주유소의 기름이 바닥나 거리엔 교통량이 크게 줄고 상점들도 문을 닫았다. 열악한 전력 사정 탓에 자체 발전기에 크게 의존해온 병원들도 발전기를 돌릴 연료가 없어 치료를 중단할 위기에 놓였다.

일부 기지국도 가동을 중단해 통신에도 차질이 생겼다.

갱단이 초래한 연료난에 도시가 마비되고, 갱단 두목은 언론에 나와 총리 사퇴까지 요구하는 상황은 아이티의 갱단 장악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이티엔 2019년 기준 150개 이상의 갱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최근 그 수가 훨씬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 암살과 대지진 등 잇단 위기 속에 갱단의 수도 늘고 힘도 커졌다.

특히 포르토프랭스는 40%가 갱단 손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9개 갱단의 연합인 G9는 포르토프랭스 치안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대형 갱단이다.

'바비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경찰관 출신의 셰리지에는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괴한에 암살된 후 추모 집회를 열기도 했으며, 앙리 총리가 암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총리에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갱단이 활개를 치고 몸값을 노린 납치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셰리지에의 경우 2019년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지만 소셜미디어나 언론, 대중 집회에까지 버젓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체포되지 않고 있다.

인구 1천100만 명 아이티의 경찰관은 공식적으로 1만6천 명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최근 AFP통신은 보도했다. 일부는 경찰 업무 대신 경호 업무를 맡고 있고, 일부는 이민 행렬에 동참했다.

심각한 연료난은 경찰의 손발을 더욱 묶었다.

이날 포르토프랭스의 한 경찰서엔 경찰관 2명이 연료가 없어 출근하지 못했으며, 경찰 차량의 기름도 4분의 1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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