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굳건한 방북 의지 재확인…북한의 태도가 관건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방북 의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바티칸 현지에서도 그 실현 가능성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배석자 없이 교황을 단독 면담한 자리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방북을 공식 제안했고, 교황도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초청하면 갈 수 있다"(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 접견), "나도 북한에 가고 싶다"(2020년 11월 이임하는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 접견), "준비되면 북한에 가겠다"(2021년 4월 유흥식 대주교 접견) 등 그동안 계기 때마다 교황이 방북과 관련해 언급해온 것의 연장선에 있다.
또 유흥식 대주교는 지난 8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취임 후 교황을 개인 알현했을 때 교황이 북한에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두 번이나 얘기했고 그렇게 잘 준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여러 차례에 걸쳐 한반도 평화의 가교 또는 메신저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공교롭게도 교황이 문 대통령을 만나기 하루 전에 정순택(60) 베드로 주교를 차기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겸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로 임명한 것도 눈에 띈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는 '침묵의 교회'가 존재한다고 언급된다. 명목상 세 개의 교구가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평양교구는 서울대교구장이 교구장 서리를 겸임한다.
바티칸 현지에서는 일단 2018년 10월 첫 방북 제안 때와는 달리 미국에서 문 대통령, 교황과 가톨릭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고, 북한 사정에 정통한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청 장관으로 입성해 교황을 보좌하고 있다는 점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티칸에서 오래 체류한 한 한인 사제는 "2018년 당시보다 교황 방북을 추진할 수 있는 외교적 여건은 더 나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관건은 교황 방북 성사의 열쇠를 쥔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다. 교황청의 외교 프로토콜상 교황이 외국을 방문하려면 반드시 그 나라 정부의 초청장이 있어야 한다.

교황의 이번 방북 의지 표명으로 '공이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한국의 대선, 교황의 건강 문제, 중국의 대응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섣불리 그 가능성을 예측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교황청은 이날 문 대통령의 교황 알현과 관련한 성명에서 "양국 간 상호 좋은 관계와 가톨릭교회가 사회에 제공하는 긍정적인 공헌에 대한 사의가 표시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북 간의 대화 증진과 화해를 위해 전개되는 특별한 노력"을 언급하면서 교황과 문 대통령이 "연대와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공동의 노력과 선의가 한반도 평화·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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