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 낙태 허용되지만 종교계 반대 속에 여전히 임신 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볼리비아에서 11세 성폭행 피해자의 임신을 둘러싸고 거센 낙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FP·EFE통신에 따르면 볼리비아 동부 산타크루스주에 사는 11살 여자아이가 의부의 부친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현재 임신 21주 상태다.
가해자는 현재 구속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당초 이 아이는 낙태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고, 어머니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인구가 많은 볼리비아는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2014년 이전까지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성폭행 사실을 고소하기만 하면 임신을 중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종교단체가 소녀의 어머니를 찾아 낙태 결심을 바꾸도록 설득했고, 낙태 시술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소녀는 성당이 마련한 쉼터에 머물고 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여성단체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산타크루스에서는 낙태권 옹호를 상징하는 초록색 손수건을 든 시위대가 "아동 임신은 고문", "엄마가 아니라 여자아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최근 시위에 동참한 카르멘 사나브리아는 EFE통신에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은) 성폭행 행위에 정당성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강간범을 아빠로 만들고, 소녀를 수유 기계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가톨릭 측은 "성폭행의 책임을 자궁 내에 있는 인간에게 물어선 안 된다. 범죄를 다른 범죄로 해결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볼리비아 시민단체 여성의집에 따르면 볼리비아에선 지난해에만 3만9천999명의 미성년자가 임신했다. 하루 평균 110명의 미성년자 임신부가 생기는 것으로, 이 중 6명은 13세 미만이라고 EFE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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