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투자 위해 석유·가스사업 필요"
석유가스사업 확장…법원 '배출 감축' 명령과 상반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글로벌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이 친환경 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기업을 분할하라는 일각의 요구를 일축했다.
친환경 기업으로 바뀌려고 해도 결국 현재 '캐시카우'인 석유·가스 사업에서 나오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벤 반 뷰어든 셸 CEO는 3일(현지시간) BBC와 인터뷰에서 회사를 기존 주력 산업인 화석연료 부문과 신규사업인 친환경 에너지 부문으로 나누라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요구를 거부했다.
서드포인트는 로열더치셸이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기 위해 기업분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뷰어든 CEO는 "회사의 친환경 에너지 계획은 석유·가스 부문에서 발생하는 자금을 바탕으로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석연료 등 전통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는 것은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가격충격 등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로선 (현금은) 우리 전통 사업에서 나온다"며 "일례로 북해에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 규모의 수소발전소를 짓는다면 수소 사업이 아니라 석유·가스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셸은 자사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까지 합하면 현재 '탄소발자국'(이산화탄소 총량) 수준이 러시아와 맞먹는 상황이다.
그러나 로열더치셸에 석유와 가스 사업은 단순한 전통산업에 머무르지 않는다.
회사는 캄보 유전지대 등 북해에 새로운 유전을 개발해 연간 1억7천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뷰어든은 "그럼 내수를 충족하기 위해 외국에서 석유를 수입하자는 말이냐"라고 반문하며 "영국 무역수지에도 도움 되지 않을뿐더러 세계 탄소발자국 감축도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 기업인 '클라이미트 인사이트'는 셸이 관련 사업 확장을 꾀하면서 2030년에는 배출량이 줄기는커녕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앞서 탄소배출 감축을 명령한 네덜란드 법원 결정과 대치되는 행보이기도 하다.
지난 5월 네덜란드 법원은 셸에 2030년까지 총배출량 절반을 감축, 2050년까지는 '넷제로'를 달성하고 기업 탄소발자국의 90%를 차지하는 고객발 배출도 줄이라고 명령했다. 셸은 법원 결정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BC는 2050년 넷제로 목표 달성 여부는 결국 정부 정책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환경 의식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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