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일본] 해저 화산의 역습

입력 2021-11-07 09:03   수정 2021-11-07 09:11

[톡톡일본] 해저 화산의 역습
8년 전에는 섬 확대시켜…올해는 경석 피해 심각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이 섬이 제대로 된 섬이 되면 우리 영해가 넓어집니다."
2013년 11월 일본 수도 도쿄(東京)에서 남쪽으로 약 1천㎞ 거리에 있는 태평양 오가사와라(小笠原)제도에서 해저화산 분화로 인해 새로운 섬이 생긴 것이 확인되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관방장관이 정례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언급하며 반색했다.
오가사와라제도에 있는 니시노지마(西之島) 근처에서 해저 화산이 분화했는데 분출물이 굳으면서 섬이 만들어진 것이다.

스가의 발언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새로 생긴 섬은 분화가 반복됨에 따라 니시노지마를 집어삼키고 남을 정도로 커졌다.
해상보안청의 보고서를 보면 니시노지마의 면적은 2년여 만에 도쿄돔의 56배 수준인 약 2.63㎢로 넓어졌다. 해저 화산 분화 전의 약 12배로 몸집을 키운 것이다.
먼바다에서 해저 화산이 분화하는 것이 당시 일본에서는 위험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토나 영해가 넓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인들에게서 일종의 기대도 감지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역시 오가사와라제도에 위치한 후쿠토쿠오카노바(福德岡ノ場) 해저 화산이 올해 8월 분화하면서 일본이 예상 밖의 역습을 당하고 있다.
화산 분화로 생긴 '경석'(輕石)이 해류를 따라 이동하다 약 2개월 후에 1천400㎞가량 떨어진 오키나와 해안에 도달한 것이다.

경석은 화산에서 분출된 마그마가 식을 때 가스가 방출되면서 내부에 공간이 많이 생긴 다공질의 암석으로 부서지기 쉽고 물에 뜨는 성질이 있다.
현지인들이 하와이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 온 오키나와 연안의 에메랄드 빛깔 바다가 밀려온 경석으로 인해 잿빛이 됐다.
경석으로 뒤덮인 바다는 물놀이나 해양 스포츠를 하기 어렵게 됐으며 항구 주변에 설치한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가 폐사했다.

선박의 엔진 냉각용 장치에 경석이 빨려 들어가 어업에 지장이 생겼고 훈련 중이던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운항 불능 상태가 되기도 했다.
참치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상승했고 섬 지역 연락선 운항에도 문제가 생겼다.
오키나와에서 가까운 가고시마(鹿兒島)현 요론지마(?論島)에서는 경석 때문에 유조선이 접안하지 못해 발전용 중유 공급이 중단됐다.
당국은 포크레인과 트럭을 동원해 해안의 경석 제거에 나섰다.
하지만 경석의 유입이 확인된 항구가 80곳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으며 대응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분석에 의하면 경석은 구로시오(黑潮) 해류를 타고 북상해 이달 말에는 수도권 앞바다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서 화산 재해라고 하면 2014년 9월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온타케산(御嶽山·3천67m) 분화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경석이 대량으로 표류해 온 것은 예상 밖의 사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언론은 경석이 밀려와서 생기는 영향을 "새로운 형태의 화산 재해"(요미우리신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각종 재난을 겪으며 신기술과 사회 제도를 구축해 온 일본이 경석 문제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일부 지자체는 경석을 유용하게 활용할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다마키 데니(玉城デニ) 오키나와현 지사는 해변에서 채취한 경석을 분석했더니 카드뮴, 납, 6가크롬 등 유해 금속이 토양환경 기준 이하였다면서 토목공사, 건축, 농업 등에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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