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과일보 폐간 여파…홍콩 민주진영 온라인매체 편집장 사퇴

입력 2021-11-08 16:55   수정 2021-11-08 17:00

빈과일보 폐간 여파…홍콩 민주진영 온라인매체 편집장 사퇴
"부부동반 구속 피하기 위해"…"입장신문, 차기 편집장 물색 난항"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1년 만에 대표적 반중매체 빈과일보가 폐간된 데 이어 홍콩의 또다른 민주진영 매체의 편집장이 사퇴하면서 홍콩 언론계가 술렁이고 있다.
8일 홍콩 영문일간 더스탠더드 등에 따르면 홍콩 민주진영 온라인매체 입장신문(立場新聞)의 청푸이쿤(鍾沛權) 편집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가정사를 이유로 지난 1일 사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해서 입장신문을 지지해주길 바란다.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사임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밝히지 않았으나 부인의 구속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내는 찬푸이만(陳沛敏) 전 빈과일보 부사장이다.
찬 전 부사장은 홍콩국가보안법상 외세와 결탁 혐의로 지난 6월 구속기소 됐다.한 홍콩매체 기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청 편집장의 사임 소식에 홍콩 언론계가 술렁이고 있다"며 "그는 계속 편집장을 맡을 경우 본인도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빈과일보와 관련한 기소 사건을 주목하고 있고 찬 전 부사장이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있어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데 자신마저 구속되면 부부가 최소 수년간 서로 얼굴도 못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구속 위험을 차단하고 부인의 옥바라지를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며 "이러한 상황에 많은 기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또한 청 편집장의 사퇴로 부편집장이 임시로 편집장 대행을 맡게 됐지만 입장신문이 차기 편집장을 물색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그는 "당국이 입장신문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가족을 고려할 때 누구도 선뜻 편집장을 맡으려 하지 않고 있고, 편집장을 맡을 경륜 있는 기자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홍콩 언론계가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많이 움츠러들었다"고 토로했다.
2014년 홍콩 '우산혁명' 이후 그해 12월에 창간한 입장신문은 민주진영 온라인 매체로 인기를 누려왔다. 특히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적극적인 온라인 생중계로 경찰의 시위대 탄압을 전달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입장신문은 빈과일보 폐간 사흘 만에 "홍콩에 '문자의 옥'(文字獄)이 왔다"며 모든 칼럼을 내리고 후원금 모집도 중단했다.
입장신문은 당시 성명을 통해 "홍콩에 문자의 옥이 왔기 때문에 모든 후원자와 저자, 편집자 등을 보호하고 모든 부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5가지 공지사항을 발표한다"며 재검토를 위해 이전에 게재한 칼럼과 블로그 게시물, 독자 기고 등 모든 논평을 내리고 후원자를 보호하기 위해 후원금 모집도 중단한다는 등의 내용을 밝혔다.
문자의 옥은 과거 중국에서 문서에 적힌 내용이 황제나 체제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필자를 처벌한 숙청 방식으로, 지식인에 대한 탄압을 뜻한다.
입장신문은 이어 지난달에는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6개월 이상 근속자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입장신문의 이러한 조치에 홍콩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구성원인 로니 퉁은 "언론사가 죄를 지었다면 여러 글을 내린다고 달라질 건 없다"면서 "죄를 지었을 당시 누가 책임자였냐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