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문 뒤 6명 총리 오른 일본신사에서 한일 '김치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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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22 16:13   수정 2021-11-22 16:18

[르포] 방문 뒤 6명 총리 오른 일본신사에서 한일 '김치축제'

[르포] 방문 뒤 6명 총리 오른 일본신사에서 한일 '김치축제'

강창일 주일대사 "김치는 전세계에서 한국 상징하는 음식"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등 김장 김치 만들기 체험 참여

고구려 유민이 1천300년 전 설립한 고려신사에서 개최



(사이타마=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22일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에 있는 고려신사(高麗神社)에서 한일 우호 증진을 기원하는 '김치 축제'가 열렸다.

일본에 정착한 고구려 유민들이 1천300년 전에 설립한 고려신사에선 2016년부터 매년 김치 축제가 열리다가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바 있다.

2년 만에 열린 제5회 김치 축제에는 강창일 주일본 한국대사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 야가사키 데루오 히다카시장 등 한일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개회식에 앞서 한국 농악과 전통무용 공연이 참석자들의 흥을 돋웠다.



강 대사는 축사에서 "김치는 전 세계에 한국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신사가 있는 한 한일관계는 계속 더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일본은 고구려 사람들을 받아들여 살게 해준 오픈된, 큰 나라였다"고 평가했다.

강 대사는 그런 점에서 "일본 사회에서 한국 사람 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일본 내 혐한(嫌韓) 분위기를 의식하는 발언도 했다.

강 대사는 고려신사 방명록에 "고구려의 기상을 영원히 간직해온 지난 1천300년의 기나긴 역사를 되돌아보면 가슴이 뭉클하다"고 적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축사를 통해 "출세하려면 고려신사를 방문해야 한다고 들었다"면서 자신의 할아버지도 고려신사를 방문한 뒤 총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오늘 처음 고려신사를 방문했는데, 좀 더 빨리 왔다면 좋지 않았겠느냐"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8일 일본 오카야마(岡山)현 쓰야마(津山)시 소재 '미미즈카'(耳塚·이총)에서 열린 임진왜란 조선인 희생자 추모 진혼제에 자신이 참석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7∼1598)가 전쟁을 일으켰을 때 일본의 무사들이 많은 조선인을 살육했고, 귀만 (본국으로) 가지고 왔다"며 미미즈카의 유래를 설명했다.

그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일본인도 알아야 하고 사죄해야 한다면서 그런 자세 없이는 한일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고려신사 방명록에 "축(祝) 일한(한일) 우애"라고 적었다.



개회식에 이어 참석자들은 김장 김치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했다.

주최 측인 신주쿠(新宿)한국상인연합회와 고려처가방(현지 한국식당)이 준비한 배추 등의 재료로 강 대사와 하토야마 전 총리, 야가사키 시장 등이 함께 김장 김치를 만들고 기념 촬영에도 응했다.

김치 축제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한일 초등학생들이 히다카시에 있는 배추밭에서 배추를 수확한 뒤 김치를 직접 담그는 체험 행사도 열린다.



일본 사이타마현 히다카시에는 1천300년 전 고구려 유민 1천799명이 정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지명은 고려군(高麗郡)이었는데 메이지(明治·1868년∼1912년) 행정 개편에 따라 히다카시가 됐다.

당시 고구려 유민은 자신들을 이끌고 동해를 건너온 고구려 마지막 왕 보장왕의 아들인 고약광 왕자가 죽자 그를 기리기 위해 고려신사를 세웠다.

고려신사는 일본에선 '출세 기원 신사'로 유명하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1883∼1959)를 비롯해 일본 정치인 6명이 이 신사를 방문한 뒤 총리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 신사의 최고 신관인 궁사(宮司)는 대대로 고구려 왕자 고약광의 후손이 맡았다.

현재 궁사이자 고약광의 60세손인 고마 후미야스(高麗文康·55)는 "앞으로도 한일 교류 행사를 계속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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