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들여오는데 2년…돈은 현금꾸러미로" 북 주재 외교관의 고충

입력 2021-11-23 16:54  

"차 들여오는데 2년…돈은 현금꾸러미로" 북 주재 외교관의 고충
FP, 유엔 문서 인용 보도…러시아·서방 외교관, 미묘한 시각 차이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은행 거래가 막혀 직원들 월급이나 생활 경비로 쓸 돈은 러시아 모스크바나 중국 베이징에서 현금 꾸러미로 들고 와야 했다.
공무용으로 독일산 벤츠를 사는 것도 제재 때문에 여의치 않아 베이징 주재 대사관이 차를 한 대 사서 국경을 넘어 평양까지 끌고 봐야 했다. 이 과정에 총 2년이 걸렸다."
2011년 9월 12일 당시 발레리 수키닌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사절단에 설명한 북한에서의 일상이다. 당시 수키닌 대사는 핵실험 등으로 유엔 제재를 받는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지내는 고충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당시 북한 주재 영국 대사였던 캐런 울스턴홈은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가 북한 체류담을 전한다.
울스턴홈 대사는 물과 전력 공급이 일정치 않아 영국, 독일, 스웨덴 대사관이 있는 외교단지는 발전기 한 대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쿠바와 몽골 대사관은 그마저도 발전기가 고장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과 일본을 통해 새 차 2대를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태국에서 들여오는 것은 '전화 몇 통'이면 될 정도로 비교적 용이했다고 말했다. 고생담을 강조한 수키닌 대사의 주장과는 조금 다른 설명이었다.
미국 정치·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2일(현지시간) 이 같은 일화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비밀 내부 문서를 발췌해 보도했다.
북한에 체류하는 외교관, 전문가, 구호 요원들과의 인터뷰와 여행 일정 등을 담고 있는 이 문서는 북한에 파견된 외교관 약 300명의 생생한 삶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유엔 제재 등으로 경제난을 겪는 북한에서 제재를 둘러싼 국제 논쟁을 형성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 사이에 진행된 싸움을 반영하고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설명했다.
이들 외교관은 대부분 북한 외교관이나 정부 관료들과의 교류와 북한 내 이동이 금지됐고, 핵시설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는 등 북한의 정치나 핵 관련 활동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얻기조차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심지어 인도적 지원 사업을 위한 일상적인 여행조차도 북한 정부가 보낸 수행원을 동반해야 했고, 이는 구호 요원이나 현지인들과의 자유로운 토론을 제한했다.
수키닌 대사가 겪은 고충은 다른 브라질, 시리아 외교관들도 비슷하게 전했다.
유엔과 미국, 유럽의 제재와 주민 일상생활에 대한 극단적인 정부 통제라는 이중고가 가해지는 북한에서의 외교수행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북한주재 브라질 대사관이 전문가패널에 보낸 서한을 보면 브라질 은행(마이애미 지점)에서 북한 현지 은행 계좌로 직접 돈을 이체하지 못해 베이징에 있는 중국 은행을 통해 송금해야 했고, 중국 은행은 이체할 때마다 목적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시리아 대사관 역시 컴퓨터, 복사기 등 기본적인 사무기기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제 항공사는 사무실도 없고 여행사도 없어 이동이 어렵다고 불평했다.
시장에는 외국인이 먹을 만한 식료품이 없고, 소비재나 전기·전자제품 등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것은 훨씬 비쌌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북한 주재 외교관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교관들은 이임할 때도 국경 폐쇄와 여행 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었다.
올 2월 러시아 외교관들은 34시간에 걸쳐 기차와 버스로 국경까지 이동한 후, 철길 수레를 직접 밀며 여행을 마쳐야 했다.

이에 비해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서방 외교관들은 제재가 외교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낮게 평가하며, 북한 정부의 과도한 관료적 통제를 부각했다.
2011년 12월 당시 게르하르트 티데만 북한 주재 독일 대사는 유엔 제재 전문가 모임에서 서방 외교관 대부분은 북한 관리들과의 접근이 극도로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티데만 대사는 오직 북한 외무성 유럽 담당 국장만 유일하게 만났고, 인도적 지원 사업을 감시하기 위해 지방을 방문하는 것은 정부의 호위와 공식 허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영변의 핵 시설을 방문하겠다는 요청은 번번이 거절되기 일쑤였다. 그는 "허가와 호송이 없다면 중국 국경까지 운전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과 핵·미사일 기술을 공유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이란 등에 대한 제재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또 북한 주재 이란 대사가 평양에서 매우 활동적이었으며, 공항에서 꽤 많은 이란인을 봤다고 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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