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에서 '매'로 변신하는 기시다…전임 스가가 반면교사(?)

입력 2021-11-24 13:48  

'비둘기'에서 '매'로 변신하는 기시다…전임 스가가 반면교사(?)
마이니치신문, 당내 입지 굳히기 위한 보수파 배려 행보로 분석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정치 노선에서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는 '비둘기파'로 통하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취임 후 '매파'로 변신했다는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법 개정, 미사일 방어 체제 강화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 일본에선 매파로 분류되는 보수층의 환심을 사기 위한 움직임을 노골화하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9일 마이니치신문 등과의 인터뷰에서 "헌법 개정은 새로운 체제에서 확실히 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야 한다"고 개헌 의지를 강조했다.
같은 날 자민당이 '헌법개정추진본부'를 '헌법개정실현본부'로 개칭한 것을 놓고는 "개헌 기운을 북돋아 주길 바란다"며 적극적인 활약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일본에서 현행 헌법을 고치는 일은 비원(悲願)으로 불릴 정도로 보수층이 갈구하는 최대 핵심 현안이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1945년 패전한 뒤 당시 미국 주도의 연합군최고사령부(GHQ)가 제시한 초안을 토대로 제정된 현행 헌법(9조 1, 2항)이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 포기토록 하면서 육해공군 등의 전력을 갖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무력화하려는 것이 보수층의 생각이다.
일본에서 최장기 정권을 이끈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이 조항 때문에 사실상의 군대인 자위대가 헌법에 어긋나는 존재가 됐다는 이유를 들어 최소한 9조 조항을 유지한다고 해도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개헌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은 데다가 아베 정권 주도의 개헌을 지지하는 여론의 뒷받침도 부족해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이 국회 운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절대안정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개헌 지지파 야당인 일본유신회가 의석을 크게 늘려 자주적인 새 헌법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유권자가 의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시다 총리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개헌 의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는 보수층이 강하게 주장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도 다른 과제에 우선해 대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해선 "선택지 중의 하나"라며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방침을 담은 국가안보전략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명언해 놓았다.
북한이 해결할 게 없다고 외면하는 납치 문제에 관해서는 "내 손으로 꼭 해결하겠다"면서 조건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취임 2개월째인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강조했던 분배 정책 등을 일단 뒷전에 두고 보수 색채가 짙은 현안과 관련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에는 1년짜리 단명으로 끝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으로부터 얻은 교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가 정권은 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했지만 개헌이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등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보수층 지지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무너졌다고 본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24일 비둘기파로 알려진 자민당 내 파벌인 '고치카이'(宏池會)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가 안정적으로 정권을 운영하려면 당내 보수파 지지가 불가결하다며 우선 보수파를 배려하는 행보로 입지를 굳히고 나서 독자적 색깔을 내는 정책을 추진하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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