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롯데식 본보기 처벌', 대만기업들 탈중국 자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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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25 14:01  

중국의 '롯데식 본보기 처벌', 대만기업들 탈중국 자극하나

중국의 '롯데식 본보기 처벌', 대만기업들 탈중국 자극하나

대만은 리쇼어링 지원책으로 '맞불'

대만총통 "대만기업 협박…중국 투자환경 악화"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대만 집권 민진당에 정치 자금을 댔다는 이유로 대만 위안둥(遠東)그룹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이번 사건이 이미 뚜렷해진 대만 기업의 중국 이탈 흐름을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 문제로 특정 외국 기업이 당국의 '표적 사정' 대상에 오른 점에서 이번 일은 과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온갖 압박을 당했던 롯데그룹의 사례와 유사한 면이 많다.

중국 정부는 최근 대만 위안둥그룹 계열사인 아시아시멘트와 위안둥신세기의 중국 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환경 보호, 토지 사용, 직원 건강, 생산 안전, 소방, 세무, 제품 품질 등 분야에 걸친 조사를 벌여 4억7천400만 위안(약 880억원)의 벌금과 세금 추징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사에는 상하이(上海), 장쑤(江蘇), 장시(江西), 후베이(湖北), 쓰촨(四川) 등 5개 성(省)급 행정구역의 관계 당국이 총동원됐다.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내각)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2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단속이 위안둥 그룹이 '대만 독립 강경 분자'에게 정치 자금을 제공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언급하면서 '표적 단속' 의도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따라서 중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민진당의 정치 자금을 끊기 위해 사실상의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노리는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양안 교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유지해온 정경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등진 이번 조처가 대만 기업들의 중국 이탈 흐름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위안둥그룹이 민진당의 '자금줄'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사실 위안둥그룹은 민진당 뿐 아니라 친중 성향 야당인 국민당 소속 정치인들에게도 고루 정치 자금을 기부해왔다는 점에서 대만에서는 위안둥그룹이 '친민진당 기업'으로 규정된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24일 민진당 수뇌부 회의에서 "베이징 당국이 선택적인 법 집행을 통해 중국에서 사업하는 대만 기업을 협박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 투자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기업들이 투자처 변화를 가속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만 시사 평론가 셰진허(謝金河)는 "이는 중국에 투자할 때 반드시 부담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위험 요인"이라며 "대만 기업의 대만 복귀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최근 수년간 양안 관계가 악화일로였던 가운데 미국이 중국과 전략 경쟁 속에서 중국을 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추구해옴에 따라 대만 기업들의 대중 투자는 이미 뚜렷하게 감소했다. 반면 대만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리쇼어링' 흐름이 선명해진 상태였다.

대만 경제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대만 기업의 대중 투자액은 26억1천만달러(약 3조1천억원)로 전년 대비 33.4% 감소했다.

위안둥그룹 사건을 계기로 대만 정부는 기업 리쇼어링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서 대만 기업의 중국 이탈 추세를 가속하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궁밍신(?明?) 대만 국가발전기금관리회 주임(장관급)은 전날 입법회에 출석해 대만 기업의 복귀 정책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경제부는 당초 올해 종료될 예정이던 대만 복귀 기업 지원책을 최대 1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만은 해외 진출 기업이 대만으로 복귀할 때 국가 산업단지를 최대 2년까지 무상 대여하고 저리 사업자금 대출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 정책을 펴왔다.

한편, 중국이 개혁개방 후 경제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대만 기업의 투자가 큰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기업을 정치적 목적 달성의 압박 수단으로 삼은 이번 조처를 두고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비판도 나온다.

1989년 대만 정부가 대중 투자를 허용한 것을 계기로 대만 기업의 대중 투자는 급속히 확대됐다.

경제 발전을 위해 외부의 자금과 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던 개혁개방 초기에 대만 기업의 대중 투자는 선전(深?)을 중심으로 한 주장삼각주, 대만과 마주 보는 푸젠성,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삼각주 일대의 경제 개발의 큰 동력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9년부터 2008년까지 대만의 대중 직접투자는 1천223억달러(약 146조원)에 달해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의 14%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상당했다.

현재도 중국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대만 기업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기업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주력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인 폭스콘(훙하이<鴻海>정밀공업)이다.

이 업체의 사업장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 있는데 특히 세계 아이폰의 절반을 생산하는 허난성 정저우(鄭州) 공장에서는 많을 때 무려 35만명의 노동자가 일할 정도로 고용 효과가 크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인 대만 TSMC가 장쑤성 난징(南京)에 시스템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비록 이 공장은 최첨단 미세공정 제품을 생산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제재 속에서 반도체 제품의 안정적 수급이 절실한 중국에는 매우 중요한 시설이다.

궁 주임은 "현지(중국) 경제 번영에 큰 공헌을 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대만 기업이 비경제적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는다면 장기적으로 대만 기업뿐만 아니라 현지 고용 상황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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