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솨이 폭로, 비밀주의 사로잡힌 중국 정계 민낯 드러내"

입력 2021-11-26 11:59  

"펑솨이 폭로, 비밀주의 사로잡힌 중국 정계 민낯 드러내"
NYT "엄격·절제 장가오리, 이제 비밀주의 중국 시스템 상징으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36)가 장가오리(張高麗·75)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중국 정계의 비밀주의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장 전 부총리는 그동안 중국 공산당이 권장하는 엄격함과 절제된 행보를 보여왔지만, 펑솨이의 폭로로 이제 비밀을 중요시하고 공개적인 설명을 억제하는 중국 정치 시스템의 상징이 됐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 전 부총리는 중국 공산당이 관료들에게 부여하는 엄격함과 절제, 충성 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각종 스캔들과 논란에서 벗어나 있었고, 단조롭고 냉담한 성격으로 알려져있다.
중국 언론에서 소개된 그의 성격은 '무뚝뚝함, 절제(low-key), 과묵함'이다. 관심사는 책, 테니스 등이다.
그러나 펑솨이의 미투 폭로 이후 그는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고, 중국 관료들이 내세웠던 청렴한 생활의 이상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 주드 블랑쉐는 장 전 부총리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열심히 키워온 평범한 당원 이미지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투명하고 가부장적인 체계의 견제받지 않는 권력에서 이런 식의 권한 남용은 드물지 않다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임기 초반 관영매체를 통해 관료들의 성 비위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제 시 주석의 최우선 과제는 당 지도부의 부패 척결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한때 실종설이 나돌았던 펑솨이의 안전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중국 내에선 그에 대한 언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정부와 소셜미디어 기업은 펑솨이에 대한 언급을 엄격하게 검열하고 있다.
제도권 언론은 장 전 부총리를 보여주거나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고, 펑솨이의 주장에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펑솨이의 실종설에 대해 악의적이고 과장된 주장이라고 깎아내렸다.
중국 내 논의는 최소화하고 비판하지 않는 것에 대해 중국에서 오래 근무한 전 언론인 루이자 림은 "펑솨이의 혐의를 부인하는 것조차 그들에겐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신빙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관영매체 기자들은 중국에선 금지된 트위터에 펑솨이의 안전을 입증하기 위해 그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공산당에 반기를 든 인물이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하는 전형적인 전개 방식이 이번에도 재현됐다고 전했다.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라진 후 공식 채널을 통해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되는 수순을 밟는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압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2018년 이중계약에 의한 탈세 파문 후 사라졌던 인기 배우 판빙빙(范氷氷), 2017년 신장 지구에서 구금됐던 위구르 음악가 겸 시인 압둘라힘 헤이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선임연구원 야추 왕은 이를 중국 정부가 위협으로 보는 인물을 다룰 때 쓰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제 사회가 누군가의 행방이나 안전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중국은 '이봐, 괜찮잖아'라며 조작된 동영상을 공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