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페미사이드, 이제 멈추라"…세계 곳곳 여성들의 외침

입력 2021-11-26 15:18   수정 2021-11-26 15:26

[월드&포토] "페미사이드, 이제 멈추라"…세계 곳곳 여성들의 외침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매년 11월 25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입니다.
1999년 유엔 총회에서 지정된 날입니다.
매년 이날을 통해 여성이 가정폭력, 성폭력 등을 겪고 있음을 알리고 여성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매년 이날이 되면 전 세계 각지에서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여성을 겨냥한 폭력을 근절하라고 외칩니다.
올해도 멕시코, 과테말라, 칠레,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우루과이 등 중남미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 여성 수천명이 시위를 벌이며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렇다면 왜 11월 25일일까요.
1960년 이날 도미니카공화국의 독재가 라파엘 트루히요가 군부 독재에 항거하던 세 자매를 살해했습니다.
중남미 여성인권 운동가들은 유엔이 공식기념을 지정하기 훨씬 전인 1981년 이날을 여성 폭력 추방의 날로 정하고 이들 세 자매를 추모해왔습니다.
유엔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에 따르면 카리브해를 포함한 중남미 지역에서 지난해에만 최소 4천91명의 여성이 '페미사이드'(Femicide)로 사망했습니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인(Homicide)의 합성어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에게 살해되는 것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이날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도 수천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 경찰과 대치했습니다.
한 시위자는 "멕시코에서는 매일 여성 10명이 사라지는데 우리는 그들이 성폭력의 희생자가 되거나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위자의 딸은 4년 전 콘서트장에 간다고 외출했다가 살해됐다고 합니다.

멕시코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억 3천의 멕시코에서 벌어진 페미사이드가 1천1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인구 5천1백만의 콜롬비아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386명의 여성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중남미에서 인구 10만명 당 페미사이드 희생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온두라스로, 6.2명의 여성이 죽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엘살바도르가 3.3명, 도미니카공화국이 2.7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도 시위자 수천명이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기념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대는 칠레 여성단체 '라스 테시스'(Las Tesis)가 만든 노래 "성폭행범은 바로 당신"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는 등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노래는 "가부장제는 날 때부터 우리를 심판하는 재판관"이라는 가사로 시작해 여성 살해와 실종, 성폭력, 그리고 처벌받지 않는 가해자들을 꼬집습니다.


중남미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여성들의 외침이 이어졌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세비야 등 전국 각지에서 시위대 수천명이 여성에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습니다.
마드리드에서는 보라색 마스크, 모자, 스카프를 쓴 시위대가 보라색 깃발을 흔들며 행진했습니다.

페미사이드는 중남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스페인 당국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2003년부터 1천118명의 페미사이드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이날 이탈리아 로마의 유명 콜로세움의 벽은 붉게 물들었습니다. 그 위에 페미사이드 희생자 이름이 영사됐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이로 인한 희생자는 11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흘에 한 명 꼴로 희생자가 발생한 셈입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시위가 격화돼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여성 보호 국제조약 재가입을 촉구하는 시위대를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시켰습니다.
터키는 지난 3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한 국제조약인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하며 EU 등으로부터 여성 인권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유엔여성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3분의 1에 달하는 여성이 성적, 물리적 폭력을 경험한 적 있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폭력에 희생되는 여성을 반드시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며 "많은 여성이 겪는 갖가지 학대는 비열한 것이며, 남성과 인류의 타락과 드러낸다"고 밝혔습니다.
pual0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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