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도 전이할 땐 미리 '땅 고르기'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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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26 17:43  

암세포도 전이할 땐 미리 '땅 고르기' 작업을 한다

암세포도 전이할 땐 미리 '땅 고르기' 작업을 한다

NGFR 실린 엑소좀 분비→림프절 환경 유리하게 바꿔

스페인 국립 암 연구 센터, 저널 '네이처 캔서'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 사망의 90%는 전이암에서 비롯된다.

전이암이 이렇게 위험한 건 대부분 너무 늦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전이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치료 예후가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림프절은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 무리가 다른 부위로 옮겨갈 때 거치는 중간 기착지다.

그런데 암세포 무리가 림프절의 미세환경을 전이에 유리하게 만들려고 미리 엑소좀(exosomes)을 분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멀리 이동해야 하는 암세포가 림프절에 메신저를 보내 사전 정지 작업(soil preparation)을 한다는 뜻이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엑소좀에는 전체 과정을 추동하는 NGFR 분자가 들어 있고, 이 NGFR의 발현을 막으면 암의 전이가 억제된다는 것도 밝혀졌다.

엑소좀은 세포가 외부로 방출하는 '세포 외 소낭(ECV)'의 일종으로 진핵생물의 세포 간 신호 전달에 관여한다.

스페인 국립 암 연구 센터(CNIO)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에 논문으로 실렸다.







지금까지 암 치료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주로 암 종양의 고유한 행동(intrinsic behaviour)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 연구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엑토르 페이나도 박사의 생각은 다르다.

CNIO의 '미세환경과 전이' 연구 그룹 리더인 그는 "암과 싸우려면 종양의 내부뿐 아니라 외부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흑색종에 걸리게 조작한 생쥐 모델을 놓고 암의 전이 과정을 관찰했다.

흑생종은 피부암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아주 작을 때도 전이할 수 있지만, 조기 검진에 쓸 만한 지표는 개발된 게 없다.

흑색종 세포에서 분비된 엑소좀은 '감시 림프절(sentinel lymph node)'로 이동해 싣고 온 NGFR을 림프 내피세포에 풀어놓았다.

그러면 림프 맥관 구조에 분지(가지 뻗기)가 늘어나고, 이동한 암세포의 점착력도 좋아졌다.

이런 종양 미세환경의 변화는 암세포 무리가 림프절로부터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까지 전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요지는 흑색종 세포가 NGFR 적재 엑소좀을 분비해, 림프관 내피세포의 행동을 조작하고 암의 전이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이를 시작하는 흑색종 세포에서 NGFR 생성이 늘어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엑소좀에 실려 밖으로 옮겨진 NGFR이 이렇게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건 처음 밝혀졌다.

몇 년 전만 해도 과학자들은 종양을 둘러싼 미세환경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종양과 주변 환경 사이의 신호 교류가 암과 그 합병증을 이해하는 기본이라는 게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







동물 실험 결과, 종양 분비 엑소좀에서 NGFR을 제거하면 암세포의 전이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번에 연구팀은 당뇨병 망막증 등 다른 질병의 치료제로 개발된 'THX-B'라는 시험 약물을 NGFR 억제제로 썼다.

NGFR은 흑색종 조기 진단 지표로도 개발될 수 있다.

NGFR을 발현하는 전이성 암세포가 감시 림프절에 많으면 환자의 치료 결과도 그만큼 나쁠 거라는 얘기다.

페이나도 박사는 "암 전이의 최초 단계 메커니즘에 이번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라고 강조했다.

NGFR이 조기 진단 지표로 개발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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