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에 걸리면 왜 가벼운 감기도 치명적일까

입력 2021-11-30 17:03  

에이즈에 걸리면 왜 가벼운 감기도 치명적일까
만성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항체 반응 교란하는 단백질 발견
BMI-1 조기 발현→B세포 유전자 발현 균형 무너져
호주 모내시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이뮤놀로지'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HIV)나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몸 안에 침투하면 일시적 감염에 그치지 않고 만성 감염증으로 이어진다.
만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리면 체내 항체 면역 반응이 급격히 약해진다.
B세포의 유전 형질이 변해 바이러스를 퇴치할 만큼 강한 항체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만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을 때 B세포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호주 모내시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BMI-1이라는 B세포의 후생 유전 조절 단백질이 너무 일찍 활성화하는 게 모든 문제를 일으켰다.
이 단백질이 조기 발현하면 섬세하게 균형이 맞춰졌던 유전자 발현 패턴이 뒤죽박죽돼 B세포의 성질 자체가 변했다.
하지만 이 단백질의 발현을 막으면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강한 항체가 B세포로부터 다시 생성됐다.
이 발견은 장차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 등을 통해 생기는 항체 반응의 조절과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된다.
모내시대 '생물의학 발견 연구소(BDI)'의 킴 굿-제이콥슨(Kim Good-Jacobson) 생화학 분자생물학 부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9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이뮤놀로지(Nature Immun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백혈구의 한 유형인 B세포는 혈액 면역 반응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병원체가 감염하면 B세포는 일종의 훈련 과정을 거쳐 형질세포로 변하고, 이 형질세포로부터 항체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선발대 역할을 맡은 일부 B세포는 먼저 형질세포로 변해 항체를 생성한다. 감염 초기 며칠간의 면역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렇게 조기 생성된 항체는 대체로 중화 능력이 떨어져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이런 항체가 기여하는 부분은, 일단 급한 불부터 끄면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다른 B세포가 면역 기억을 가진 고성능 B세포와 형질 세포로 성장하려면 '신병 훈련소' 격인 림프절의 '배중심(胚中心ㆍgerminal center)을 거쳐야 한다.
이 훈련 과정을 통과한 기억 B세포는 장기간 감시병 역할을 한다. 같은 병원체가 다시 들어올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같은 병원체가 다시 침입했을 때 B세포의 형질 세포 전환과 강한 항체 형성이 '패스트 트랙(fast track)'으로 진행되는 건 모두 B세포의 면역 기억 덕분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비롯한 대다수 감염병 백신의 작동 원리도 이런 기억 B세포 고유의 역할에 의존한다.
그런데 에이즈처럼 바이러스 감염증이 만성화됐을 때도 면역계의 균형추는 항체를 더 신속히 만들어내는 쪽으로 기운다.
이런 항체는 바이러스 중화 등에 필요한 훈련 과정을 거치지 않아 미숙한 상태로 봐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증이 만성화되면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항체들이 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이렇게 만성적으로 약해진 항체 반응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굿-제이콥슨 교수는 "만성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수백만에 달하지만, 지금까지 효과적인 백신은 개발하지 못했다"라면서 "이제 항체 반응 조절 표적을 탐색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B세포 같은 기억 면역세포와 효능이 강한 항체는, 효과적인 백신의 면역 방어를 지지하는 데도 큰 힘이 된다.
따라서 B세포에 직접 약을 전달해, 다른 면역세포의 기능을 해치지 않은 채 항체 반응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굿-제이콥슨 교수는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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