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히토 일왕, 진주만 공습 직전에 전쟁 개시 각오 드러내"

입력 2021-12-05 11:14  

"히로히토 일왕, 진주만 공습 직전에 전쟁 개시 각오 드러내"
아사히 "태평양전쟁 직전 상황 기록한 시종장 일기 공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진주만 공습 직전인 1941년 10∼11월 히로히토(裕仁·1901∼1989) 당시 일왕이 전쟁 개시를 각오하는 태도를 측근에게 드러냈다는 기록이 공개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5일 보도했다.
히로히토의 전쟁 책임 문제나 당시 일본 지도자들의 의사 결정 과정을 새롭게 파악할 사료가 될지 주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宮內廳) 고위직인 시종장(侍從長)을 지낸 햐쿠타케 사부로(百武三郞·1872∼1963)의 일기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1941년 10월 13일 일기에는 "바짝 다가온 시기에 대해 이미 각오하신 것 같은 모습"이라는 얘기를 히로히토를 면담한 마쓰다이라 쓰네오(松平恒雄) 궁내대신으로부터 들었다고 적혀 있다.
히로히토의 마음이 앞서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는 기도 고이치(木戶幸一) 내(內)대신이 "가끔 선행하는 것을 만류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내용도 일기에 함께 기록됐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는 "만일 개전이 되는 경우 선전(宣戰·적국에 대한 전쟁 개시 의사를 선언하는 것)의 조칙(詔勅·왕이 발표하는 공식 문서)을 발표하게 될 것이다"는 전쟁 개시에 관한 히로히토의 발언이 같은 날 기도가 쓴 일기에 기재돼 있다고 전했다.

기도는 히로히토가 "개전을 결의하는 경우, 전쟁 종결 수단을 처음부터 연구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했다고 적었다.
일본 근현대사 전문가인 야마다 아키라(山田朗) 메이지(明治)대 교수는 '쇼와텐도(昭和天皇·히로히토를 의미함)의 전쟁'이라는 저서에서 이 무렵 히로히토의 언동에 관해 "전쟁이라는 선택지가 천황의 안에서는 점차 유력한 것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설한 바 있다.
햐쿠타케는 같은 해 11월 20일 일기에서 "폐하의 결의가 지나친 것처럼 보인다", "외상(外相) 앞에서는 어디까지나 평화의 길을 다해야 한다는 인상을 주는 발언을 하도록 부탁했다"는 기도의 발언을 적었다.
당시 외무상은 도고 시게노리(東鄕茂德·1882∼1950)였는데, 그는 패전 후 A급 전범으로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회부돼 금고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병사했다.

자다니 세이이치(茶谷誠一) 시가쿠칸(志學館)대 교수(일본 근현대사)는 "히로히토의 자세가 개전을 향해 경도되고 있는 것에 대한 측근의 우려가 드러난 상세한 기록은 '쇼와텐노 실록'을 포함해 종래의 사료에는 없었다"며 일본의 지도자가 전쟁에 이르게 된 경위를 측근이 관찰해 기록한 중요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족이 도쿄대 대학원 법학정치연구과의 근대일본법정사료센터에 일기, 수첩, 메모 등을 기탁한 것을 계기로 햐쿠타케가 남긴 기록이 알려지게 됐다.
패전 후 일본의 전쟁 책임자들은 연합국 측이 주도한 도쿄재판으로 처벌받았다.
히로히토의 경우 개전에 신중했고 평화를 원했으나 "정부나 군부의 진언으로 인해 마지못해 동의하게 됐다"며 기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히로히토가 전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시기도 있었음을 시사하는 사료도 발견됐으며 햐쿠타케의 일기는 이런 맥락에서 히로히토의 태도 변화를 파악하는 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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