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 '시위대에 차량 돌진'…양곤 민심 "살인자들" 분노

입력 2021-12-07 07:00   수정 2021-12-07 15:25

[미얀마르포] '시위대에 차량 돌진'…양곤 민심 "살인자들" 분노
군경 신상 털기…반군부 저항수단 심야 '냄비 두드리기'도 부활
"시위대 보면 사진 찍기도 했는데…이제 피해야겠다" 두려움도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지난 5일 휴일 아침 벌어진 미얀마 군경의 '시위대 차량 돌진' 사건으로 양곤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플래시몹 형태로 시위를 벌이는 일단의 젊은이들을 향해 군경 차량이 돌진하면서 최소 시위자 5명이 사망하는 '참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플래시몹이란 불특정 다수가 특정한 시간·장소에서 만나 약속된 행동을 하고 흩어지는 모임이나 행위를 일컫는다.
양곤에서는 비상사태 선포 후 군경의 단속을 피하려고 종종 이런 형태의 시위가 벌어진다.
그러나 이번처럼 군경이 차량으로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살인 행위'는 없었다.



당시 인근 주민이 찍은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을 보면 30여 명의 시위대가 현수막을 펼친 채 반군부 구호를 외치고 선전물을 뿌리며 도로를 행진한다.
하지만 시위대 후방에 있던 한 군경 차량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대열 속으로 돌진하면서 주변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위자 한 명이 트럭에 받혀 내동댕이쳐진 뒤 길거리에 쓰러지고, 나머지 시위자들은 급히 여러 방향으로 도주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동영상을 찍으며 이를 목격한 시민들의 비명도 생생하다.
사건 현장을 담은 사진들에는 한층 몸서칠 정도의 참혹한 장면들이 담겼다.
평화적인 시위대를 겨냥한 살인 행위라고 거세게 비판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부글부글 끓는 민심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5일 밤에는 사건이 벌어진 양곤 찌민다인구, 그와 인접한 산 짜웅구 내 7~8개 마을에서 한동안은 보이지 않던 '냄비 두드리기'가 다시 등장했다면서 네티즌들이 SNS에 관련 동영상을 올렸다.
미얀마에서 냄비 등을 두드리며 큰 소리를 내는 행위는 악마를 쫓는다는 의미가 있다.
냄비를 두드리는 방식의 저항은 쿠데타 직후 양곤 등지에서 확산한 바 있다.



다음날인 6일 오전에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이들 군경의 소속 부대와 부대장의 신상을 담은 문서가 SNS에 유포됐다.
이 문서는 또 군경이 시위대 체포 사실을 보고하면서, 시위자들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사실은 누락시켰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 문서는 시민불복종운동 참여는 선언했지만, 사정에 의해 직장을 계속 다니는 공무원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시내에서 만난 대학생 쪼 산(22·가명)은 "그들이 우리에게 차로도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며 "폭탄이나 총알이 없이도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라며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과거 한국의 민주화 운동 상황을 잘 아는 40대의 쩌 뚜(가명)씨는 기자에게 "80년 한국의 광주에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라는 말을 던졌다.



30대 아웅 윈(가명)씨는 "젊은이들이 반정부 시위를 하다 죽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온라인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시민불복종 운동(CDM)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초유의 차량 돌진 사건을 접한 일부 시민은 두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집에서 옷 수선 일을 하는 주부 알링(40대·가명)씨는 "어제 사건을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동영상은 차마 볼 수가 없다"며 "너무 끔찍한 일들이 많이 올라오니 차라리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하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지 한인 SNS에는 "지금까지는 기습 시위가 있으면 사진을 찍곤 했는데 이제는 빨리 피해야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장에 있다가는 또다시 군경에 의해 무슨 피해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의 표시인 셈이다.
미얀마는 국가비상사태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언제 어디에서 '시민들의 피'가 뿌려질지 모르는 불안하고 무서운 상황이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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