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상위 10%가 자산 76% 소유…하위 50% 몫은 2%뿐

입력 2021-12-07 16:38  

전 세계 상위 10%가 자산 76% 소유…하위 50% 몫은 2%뿐
세계불평등 연구소 보고서 발간…"불평등, 정치적 선택의 결과"
경제 성장하면서 국가 간 격차 줄었지만 국가 안 격차 커져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전 세계 상위 10%가 부(富)의 76%를 소유할 때 하위 50% 손에 쥐어진 자산은 2%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는 7일(현지시간) 소득, 부, 성별, 탄소 배출에 있어서 국가 간 격차를 연구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자산 뿐 아니라 가장 부유한 10%가 전 세계 소득의 52%를 주머니에 넣어가는 동안 가난한 50%가 버는 소득은 8.5%에 그쳤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매년 경제 성장률을 발표할 뿐 도대체 누가 돈을 벌었고 누가 돈을 벌지 못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뤼카 샹셀, 토마 피케티, 에마뉘엘 새즈, 가브리엘 쥐크만 등 프랑스 경제학자들이 주축으로 100명이 넘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연구원들이 이번 보고서 제작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4년 동안 통계기관, 세무 당국, 대학, 국제기구 등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 간, 그리고 국가 안에서의 불평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측정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성인 인구가 2021년 한 해 평균 구매력평가(PPP) 기준 1만6천700유로(약 2천2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7만2천900유로(약 9천700만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했다.
소득 편차는 국가 간에서도, 국가 안에서도 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가 한 해 평균 8만7천200유로(약 1억2천만원)를 벌 때, 가장 가난한 50%는 2천800유로(약 373만원)를 벌어 31배 넘는 차이가 났다.
보유 자산을 기준으로 잡으면 그 격차는 더욱 커졌다.
상위 10%의 평균 자산은 55만900유로(약 7억3천만원)이었지만 하위 50%의 자산은 평균 2천900유로(약 386만원)으로 190배 격차였다.
상위 10%와 하위 50% 사이의 소득격차가 가장 큰 지역은 중동·북아프리카(MENA)로 27배 차이가 났다. 반대로 격차가 가장 적은 지역은 유럽으로 9배 차이였다.



보고서는 국가 평균 소득이라는 척도만으로는 그 국가가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가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스웨덴은 모두 소득 측면에서 부유한 나라로 분류되나 미국은 불평등이 매우 심각하고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평등했다는 것이다.
저소득, 중소득 국가에서도 브라질, 인도는 불평등이 아주 심각했지만 말레이시아, 우루과이는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정도가 낮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차이를 봤을 때 불평등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선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 주요 저자인 뤼카 샹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가가 개입하면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샹셀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부유한 나라에서는 정부의 개입으로 빈곤의 증가를 억제한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며 "가난과 싸움에서 국가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소득 격차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감소하는 추세지만국가 내부의 소득 격차는 대부분 커지는 흐름이다.
소득 기준 상위 10% 국가와 하위 50% 국가의 평균 소득 격차를 비교해보면 1980년 53배에서 2020년 38배로 줄었다.
같은 기간 국가 안에서 소득 상위 10%와 하위 50% 사이 격차는 평균 8.5배에서 15배로 늘어났다.
신흥국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선진국을 경제적으로 따라잡았을지언정 불평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이라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전 세계 불평등 수준이 서구 제국주의가 정점을 찍었던 20세기 초와 가깝다"고 진단했다.



성별에 따른 불평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고 있으나 그 속도가 현저히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근로소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일 때 양성이 평등하다고 본다면 그 비율은 1990년 31%에서 2015∼2020년 35%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대부분 지역에서 지난 30년 동안 전체 근로소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증했지만 중국에서만 여성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탄소 배출에서도 불평등은 존재했다. 전 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상위 10%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48%를 차지했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12%였다.
저소득, 중소득 국가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기도 하고 고소득 국가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주체가 있다며 탄소 배출은 단순히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서는 해설했다.
보고서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선 21세기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각국 정부가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고소득층에 적당한 누진세를 적용하면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교육, 보건, 친환경 정책 등에 재투자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그러면서 20세기 초 세금을 점진적으로 늘린 덕분에 복지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가져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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