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Eye] "원 코리아 소망" 한국사 강의 구순의 英 참전용사

입력 2021-12-08 10:18  

[런던 Eye] "원 코리아 소망" 한국사 강의 구순의 英 참전용사
패릿 준장…주영한국문화원 K-팝 아카데미서 10년전부터 수업
"아기 안은 여성이 얼어붙은 한강 건너는 사진 보고 참전 자원"

[※ 편집자 주 : '런던 Eye'는 런던의 랜드마크인 대관람차의 이름이면서, 영국을 우리의 눈으로 잘 본다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영국 현지의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를 소개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남북한이 '원 코리아'가 돼서 우리 증손자들이 청년이 됐을 땐 북한이란 게 뭐냐고 묻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구순이 된 영국의 한국전 참전용사의 목소리엔 간절함과 진심이 배어있었다.
브라이언 패릿 준장은 스무살때 한국전에 참전했다.
그는 젊은 시절 목숨을 걸고 지킨 나라가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통일까지 이룰 때 자신의 임무가 비로소 완수될 것이라고 했다.
패릿 준장은 "한국인은 한민족이고 수천년의 역사가 있는 나라"라고 칭하면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테고 어떻게 해야할지,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한국은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분단은 한국인이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이 끝난 뒤 한국인이 배제된 상태에서 외국인들이 (분단의) 선을 그었다"라고 설명했다.
패릿 준장은 2012년부터 주영한국문화원의 한국문화 종합 강좌인 K-팝 아카데미에서 이런 이야기를 영국의 젊은이들에게 전했다.


4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K-팝 아카데미 10주년 기념 행사장에서 만난 그는 지팡이를 짚긴 하지만 겨울 날씨에도 1시간 반 거리의 켄트에서 기차를 타고 혼자 왔다고 했다.
고령에도 자세가 꼿꼿하고 목소리에 힘이 있었으며 농담을 할 때는 장난기가 눈빛에 담겼다.
증조할아버지부터 대대로 왕립포병대에 근무한 군인 집안에서 자라나 군 입대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952년 육군사관학교를 마치고 소위로 임관해 왕립포병대 20연대 소속으로 후크고지 전투(사미천전투) 등에 참전했다.
"아기를 안은 여성이 얼어붙은 한강을 건너는 사진을 본 순간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데 분노했어요. 참전을 결심했죠. 지금도 그 사진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픕니다"
패릿 준장은 최전선에서 중공군과 전투중에 부상당했지만 다시 전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1952년 한국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 우울함. 분노. 걱정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2018년 한국 정부가 주는 국민훈장 2등급 훈장 모란장을 받으러 다시 한국에 갔을 때는 '감탄'이었다고 했다.
전쟁 후엔 한국과의 인연이 끊어지는 듯했다.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신청했지만 뜻하지 않게 중국어를 3년간 배우게 됐다. 육군 고위 정보장교 등으로 37년간 복무하며 홍콩, 싱가포르, 리비아 등을 다녔지만 한국엔 가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을 잊지 않았다. 1979년 한국전 참전용사협회를 창립하고 켄트 지부 회장으로 한국전 참전용사의 복지 향상과 교류 증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당시 한국 전쟁은 잊힌 전쟁이었다"며 "참전용사라고 하면 노르망디, 아프리카 등이냐고 묻곤 했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책을 쓰고 강의를 다니며 한국전에 관해 알리고 한국군의 능력도 강조했다.
그는 "전쟁 전에 북한은 소련에서 무기를 받았지만 남한은 미국에 경제 지원을 받아서 무기가 없었고, 그 때문에 처음엔 부산까지 밀려났다"며 "그런 상황에서 다시 치고 올라간 것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 수송함을 물리치고 부산항을 지켜낸 백두산호도 젊은 세대가 꼭 기억하고 알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주영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패릿 준장이 한국 전쟁과 한국 근대사 강의를 할 때면 본인이 겪은 1950년대 한국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며 한국의 눈부신 성장을 실감나게 전한다고 말했다.
패릿 준장은 "K-팝 아카데미 초기엔 문화원에서 관심을 끌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영국인이 먼저 너도나도 참가하고 싶다고 한다"며 한국을 바라보는 영국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기뻐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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