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정 인민민주' 띄우는 中, '중국식 민주론' 통할까

입력 2021-12-08 13:45   수정 2021-12-08 16:10

'전과정 인민민주' 띄우는 中, '중국식 민주론' 통할까
美 민주주의 정상회의 앞두고 연일 강조
중국 전문가 "중국식 실용주의 접근"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9∼10일(현지시간) 미국 주도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맞서 중국이 '전(全)과정 인민민주'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난 4일 발간한 '중국의 민주' 백서에는 '전과정 인민민주'라는 표현이 25차례나 등장한다.
또 중국 중앙TV(CCTV) 등 관영 매체들은 최근 연일 미국 민주주의의 문제와 실패 사례를 강조하는 동시에 전과정 인민민주를 선전하는 기사들을 싣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인은 지난 5일 "중국의 전과정 민주는 보편적 중요성을 지닌 위대한 실천"이라며 "이는 인류 문명의 큰 그림에서 점점 더 분명해졌다"고 썼다.
개혁개방과 함께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길을 택한 중국은 민주-비민주의 이분법에 입각한 서방의 중국 체제 비판 앞에서 한동안 대체로 수세적이었다. '10억 넘는 거대 인구의 다민족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중국특색 사회주의가 정답'이라는 식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그랬던 중국이 이제는 '중국도 중국식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는 식의 '정면 대응' 기조로 방향을 전환한 가운데, '전과정 인민민주'를 중국식 민주의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다.
보통 민주주의는 최고 지도자를 포함한 각급 지도자를 1인1표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함으로써 민의에 입각한 정권교체가 가능한 체제를 말하는데, 중국은 이 기준과는 객관적으로 거리가 멀다. 사실상의 공산당 일당체제인데다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도 폐지됐고, 하급 단위인 현(縣), 향(鄕), 진(鎭) 등의 인민대표만 국민이 직접 뽑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서방의 민주 개념과는 다른 중국식 민주 개념을 새롭게 내세우는 방식으로 서방이 세운 '골포스트'를 옮기려 하고 있다.
전과정 인민민주 개념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9년 11월 상하이 시찰 중 행한 연설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시 주석은 "우리가 걷는 길은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정치 발전의 길"이라며 "인민민주는 전 과정의 민주이고 모든 중대한 법률과 정책은 모두 절차에 따라 민주적 숙성과 과학적, 민주적 정책 결정을 거쳐 만들어 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발간된 '중국의 민주' 백서는 "전과정 인민민주는 완전한 제도적 절차를 갖추고 있다"며 "인민들이 인민대표대회 제도를 통해 국가권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과정 인민민주는 선거민주와 협상민주를 결합시키고 민주선거·민주협상·민주결정·민주관리·민주감독 등 각 부분에 구현돼 있다"면서 "국가발전 사안·사회 관리 현안·인민의 일상적인 사소한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국가 정치생활과 사회생활의 각 부분·각 방면에서 인민의 뜻을 나타내고, 인민의 목소리가 들리게 한다"고 부연했다.
요약하자면 인민대표대회 제도를 바탕으로 모든 정치, 사회 영역에서 민의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제도라는 것이다. 즉, 직접선거를 통해 최고 지도자 선출을 하진 않지만 선거(하급단위 인민대표)를 통한 민의 반영의 기회가 있으며, 민주의 핵심은 선거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얼마나 실현해내느냐 있다는 주장이 전과정 인민민주를 관통하고 있다.
이는 정교한 이데올로기라기보다는 '현재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중국 공산당 논법으로 설명하는 방식'에 가까워 보인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같은 전면적 선거제도는 시행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민의를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 자체가 전과정 인민민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과정 인민민주가 서방식 자유민주주의와 '보편적 가치' 면에서 우열을 다투기 위해 내세운 '이데올로기'라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보다는 '우리도 중국식 민주주의를 하고 있으며, 그것은 미국식 민주주의보다 문제해결 능력 면에서 우월하다'는 주장을 나라 안팎에 전개하기 위해 만든 개념으로, 중국식 실용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중국식 민주'를 내세워 미국과 이념 전쟁을 벌일 생각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미국이 절차를 중시하는 민주인 반면 중국은 실질적인 민주를 구현하고 있다'는 논리를 내포한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식 실용주의적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 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완벽한 이론적 체계에서 출발했다기보다 실천을 통해 중국에 맞는 것을 만들고 중국 인민에게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은 전과정 인민민주가 시 주석의 최대 어젠다인 '공동부유'와 연결지어짐으로써 한국에서 화두가 됐던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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