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르포] 텅텅 빈 양곤 도심…'침묵 파업'으로 군부에 항거

입력 2021-12-12 16:09  

[미얀마 르포] 텅텅 빈 양곤 도심…'침묵 파업'으로 군부에 항거
수치 징역형·시위대 차량 돌진·민간인 집단학살 이어지자 민심 들끓어
재래시장 상인들 "하루 못 벌어도 참여"…한쪽에선 군부 관제 데모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지난 10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이 멈춰 섰다.
미얀마 전역에서 열린 '침묵 파업'에 많은 양곤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침묵 파업은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군부가 지난 2월 1일 선포한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항거의 의미로 미얀마 네티즌들이 추진했다.
직장에도 나가지 말고, 장사도 접고 외출도 하지 않음으로써 군부를 거부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주자는 것이었다.
애초 이 침묵 파업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참여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이달 초 군부에 의해 자행된 일련의 '사건'들은 민심이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 2일 군부 영향력 아래 있는 법원이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 대해 선동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당일 바로 징역 2년으로 감형됐지만, 민심은 들끓었다.
이어 5일에는 양곤 도심에서 비폭력 시위를 하는 젊은이들의 뒤에서 군경이 차를 타고 돌진, 최소 5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틀 뒤에는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 주민 11명을 미얀마군이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였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끓어오른 민심은 결국 침묵 파업이라는 '소리 없는' 거대한 파도가 됐다.
현지 SNS에 미얀마 전역의 시장과 상점이 문을 닫은 사진과 영상들이 올라온 가운데 기자도 10일 당일 양곤 시내를 직접 찾았다.
침묵 파업은 애초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직접 찾아가 본 양곤은 새벽부터 사실상 '침묵 파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미얀마는 더운 날씨 탓에 새벽 시장 영업이 활발하다. 그러나 이날 오전 6시 30분께 돌아본 한 새벽 시장은 텅 비어 있었다.
노쓰 다곤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부 에이 무(가명·45)는 기자에게 "어제 오후부터 군경이 시장 곳곳을 다니면서 확성기로 내일은 문을 꼭 열어야 한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로 말을 맞춘 것도 아닌데 오늘 새벽에 나와보니 100여 군데 상점 중에서 문을 연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인 아웅 묘 민(가명·41)씨도 "시위대를 군 차량으로 치어 죽이는 동영상을 보고서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장사치이지만, 하루 돈을 못 벌더라도 침묵 파업에는 꼭 참여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찾아간 양곤의 또 다른 재래시장에는 서성이는 상인들조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어 오전 7시가 조금 넘어 찾아간 도심의 한 대형 티 숍에는 재래시장과는 달리 사람들로 붐볐다.
이 티 숍은 미얀마 사람들의 아침 식사인 모힝가를 비롯해 커피, 홍차 등을 파는 곳이었다.
기자가 매니저에게 장사하느냐고 물으니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문을 닫고 침묵시위에 참여할 거라고 했다.
실제 정오에 다시 찾아간 그 티 숍은 문을 닫은 채 매니저와 사장만 안에 앉아 있었다.



차량 통행이 뚝 끊기고 인적이 드문 양곤 도로를 돌아다니다가 정오께 삐로드 양곤대학교 근처 레단 지역 입구에서 총을 든 군경에 의해 차량 진입을 제지당했다.
왜 길을 막는지 물었지만, 이들은 대답 없이 돌아가라는 손짓만 반복했다.
다음날 SNS와 국영 일간지 '더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에는 그 시각에 레단 오거리에서 군부를 지지하는 시위가 있었다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레단에 사는 한 지인은 "50여 명이 모이더니 군경 호위를 받으며 현수막을 들고 텅 빈 거리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흩어졌다"면서 "미얀마의 현재가 투영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진실을 외면한 채, '옳은 길로 가고 있다'며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미얀마 군부를 닮았다는 얘기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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